아이들 탓하지 말자

미국에서도 아이들 학력이 부모의 경제 능력에 좌우되는 현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모양이다. 부유한 지역의 공립학교에는 우수한 교사들이 몰리는 데 비해 가난한 지역의 엉망인 학교들에는 지원하는 교사들이 없어 애를 먹는 일도 있다고 한다.

 

교육복지 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하는 스웨덴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이민을 온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등 여건이 어려운 지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 프로젝트(The Entrepreneurship Project)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부모 또는 지역적 여건의 불리함 때문에 교육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재정지원과 함께 교육과정과 수업 방법을 혁신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우리의 경우에도 교육복지 우선지원사업이나 무상급식 등 보편적 교육복지 지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혁신학교 확산 등 교육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기대하는 만큼 빨리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교실 안에는 교육적 약자들, 예를 들면 배움의 속도가 느린 아이들, 결손 가정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아이들이 섞여 있다. 이 아이들은 대개 치열한 서열 경쟁에서 뒤처지게 마련이다. 일등만을 인정해 주는 사회문화적 풍토에서 이들은 점차 활기를 잃고 무관심하고 지쳐 있고 화가 나 있기가 십상이다.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으려면 기초 학력, 자기 효능감, 진로 성숙도 등이 갖춰져야 한다. 기초 학력은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의 능력이고, 자기 효능감은 자신의 능력과 역량에 대한 기대와 신념이다. 진로 성숙도는 이루고자 하는 꿈이 얼마나 확실한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에 대한 앎을 확실히 가졌는지의 정도를 말한다. 그런데 교육적 약자들에게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조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격차는 더 심해진다.

 

이렇게 해서 지쳐 있고 화가 나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사소한 불만에도 이들은 폭발한다. 선생님의 정당한 지도에 대해서도 이들은 반발한다. 선생님에게 대드는 아이일수록 교육적 약자이기 쉽다.

 

교권 침해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이러한 데 있는데도 불구하고, 따라서 이는 아이들의 책임이 아니라 어른들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죄를 떠넘기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

 

김국회 수원교육지원청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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