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억새꽃에 대하여

억새꽃에 대하여

-어머니

 

수평선이 가두어 놓은 화산섬 한 켠에

 

평생 일구어 온 어머니의 작은 양지

 

봄햇살 겨운 손끝에 윤기 나던 그 들녘

 

 

한때는 따뜻한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팔남매의 어린 꿈들 품어준 적 있었네

 

청보리 푸른 습성으로 넓어지던 하늘가

 

 

우기에도 물이 고이지 않는 건천을 돌아

 

젖어있는 모든 것들은 바다로 떠났네

 

수평선, 그 견고하던 절망의 경계여

 

 

이름처럼 억세게 앞만 보고 가던 그 길

 

天刑의 바람 속에서도 휘지 못한 시간들

 

초겨울 서리 찬 언덕에 은발로 나부끼네

 

 

임 애 월

 

제주도 애월(涯月) 출생

 

시집 <정박 혹은 출항> <어떤 혹성을 위하여> 한국문인협회 권익옹호위원

 

경기문학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사무국장

 

계간 <한국시학>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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