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주목하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해당 자치단체를 홍보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지역 축제나 농·특산물 홍보는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방편으로 활용되는 단골메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이런저런 주제로 개최됐던 그 많은 축제들이 대부분 시행착오를 거듭해오면서 농·특산물을 주제로 하거나 역사문화자원을 중심으로 한 축제로 정리되어 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의 유휴 공간 활용도 창조성, 창의성에 중심을 두어 활용해오던 것을 최근에는 지역성을 근간으로 한 지역사회와의 협치가 새로운 경향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화, 국제화를 부르짖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왜 지역성이 새로운 화두가 되는 것일까?

 

작고한 국악 명창 박동진 선생이 예전에 TV 광고에 나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해서 유행어도 만들어냈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 같은 말이 나올 때만 해도 우리의 머릿속에 크게 와 닿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화로 국가의 개념이 약해지면서 지역의 역할과 경쟁력이 매우 중요해진데 원인이 있다. 지역성과 관련해서는 박물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 이후 자치단체에서 건립했거나 건립을 추진 중인 박물관은 대부분 지역성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과거 대형화만을 지향해서 건립된 박물관들은 시대별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해 전국 어디를 가나 형식이 유사한 박물관들이 대부분이어서 관람객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다. 돌칼, 돌도끼, 와편, 도자기, 농기구 등 천편일률적으로 복제한 사료들이 박물관의 전시 부스를 차지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했던 면이 컸다.

 

하지만, 최근 지역성을 고려한 특성 있는 작은 박물관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어 박물관 운영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과 관련한 이야기를 지녀야만 그 지역 특유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대세로 굳어지는 것이다.

 

그럼 지역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그 지역 사람들이 오랜 기간 살아온 생활문화 속에서 전해 내려오는 생활 풍습이나 전통문화, 역사 유산 등을 찾아내 총체적으로 발현시켜 나가는 것이 지역성 확립의 실마리가 되리라고 본다.

 

지금까지 외부 지향적으로 풀어왔던 지역 문제를 지역성을 기반으로 해 생각해본다면 더욱 쉽게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우수 사례가 되고 있는 지자체 사업들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주제를 지역에서 찾아냈다는 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역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오용원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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