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 반영한 고령친화도시 조성

고령화가 전세계적인 경향으로 확산되면서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중요한 임무가 생겼다. 고령자들이 연령에 따른 환경변화에 불편함이 없이 적응하며 살 수 있는 정책서비스를 마련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것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나이가 들어도 살기에 불편하지 않은 즉 이른바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라는 슬로건 하에 활력있고, 건강하고, 성공적인 노년을 위하여 고령자들이 능동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친화도시는 국제기구인 국제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고령친화도시 만들기 프로젝트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는 올해 경기도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목표로 실시된 도내 A시를 대상으로 해당 도시의 고령친화성 점검 연구를 실시하였다.

 

해당지역에 살고 있는 고령 주민들이 직접적인 모니터링 요원이 되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건물, 교통, 복지제도 등이 어느 정도 고령친화적인지를 일일이 뛰어다니며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 연구가 진행되었다. 모니터링 결과 중에는 전문가나 공무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몇 가지의 문제들이 발견되고 지적됐다.

 

어르신 모니터링 요원들께서 지적하신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우리 동네 시청이나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을 둘러보니 공공기관 민원창구에 고령자를 위한 창구나 고령자를 응대하는 별도의 인력이 없어서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공공화장실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위해 단차가 없거나 폭이 넓고 혹은 내부에 비상벨이 없는 곳도 있었다.

 

어떤 모니터 요원은 고령의 자가 운전자를 위한 스티커가 있다면 고령자들을 배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냈으며, 고령자전용주차장을 마련하여 자가운전 고령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중교통의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와 달리 시영버스나 마을버스는 별도의 고령자용 좌석이 없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사용하기 힘들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나왔다.

 

이 외에도 대중교통의 노선도 표지판의 글씨가 작아서 고령자들이 읽기가 불편하며, 주민들에게 지역의 소식을 전해주는 정보지가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고령자의 흥미나 관심사를 위한 별도의 면을 할애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고령자를 배려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흡족한 평가도 많았다. 공공기관의 자동화기기는 화면이 밝고 글자도 크며 휠체어도 진입하기 용이하게 되어 고령자들도 활용하기 좋다고 하였으며, 시에서 발간하는 시보의 경우 고령자들도 읽기 쉽도록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 단문을 활용하고, 쉬운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대중교통의 경우 버스내부에는 식별이 가능한 전자문자판이 있어서 다음 정류장 정보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한 것도 평가가 좋았다.

 

어르신 모니터링 요원들은 또한 시청, 보건소,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의 접수대와 안내소가 출입문에 들어섰을 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활용하기 편리하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였다. 공공기관의 건물 진입시 진입로와 출입문이 비교적 단차가 적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되어 있다는 ‘칭찬’도 있었다.

 

필자는 어르신들이 직접 우리 동네를 뛰어다니며 모니터링하신 이러한 세부적인 결과를 보고서에 잘 담아 해당 A시에 전달할 것이고 A시는 이를 도시계획에 활용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에 의한 분석보다 더 큰 장점을 갖는 것이 바로 주민들이 몸소 내가 사는 지역을 돌아보고 한 평가결과일 것이다.

 

해당 A시는 향후 단계적으로 문제점을 해소하고 잘하고 있는 점은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도내 다른 지역도 지역을 고령친화적으로 만드는데 A시의 사례를 참고하고 그래서 우리 경기도 전역이 고령친화적으로 한발짝 더 나아간다면 연구자로서 더더욱 바랄 것이 없겠다.

 

김영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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