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기 전에…

미가엘 천사가 하나님의 명을 받아 이제 쌍둥이 여자 아이를 갓 출산한 산모의 영혼을 거두러 갔다. 산모는 얼마 전에 남편도 죽었고, 자신마저 세상을 떠나면 핏덩이 아이들을 누가 키우느냐며 애원을 하자, 미가엘 천사는 하나님의 명을 어기게 된다.

 

그 후 미가엘 천사는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인간세상에 추락하여 구두공 집에서 6년간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다가 마침내 하나님이 내신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다시 천사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다.

 

너무나 유명한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줄거리이다. 승천하기 직전 미가엘은 자신이 깨달은 바를 선포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살피는 마음에 의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도 모두가 저마다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속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뿔뿔이 떨어져 사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각자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계시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고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 속의 이기심이라는 괴물을 정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올해 기부금 온도계가 50도를 돌파하였다고 하니 아직 우리나라는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자살률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는 사망원인 12위를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4위, 나이를 30대 이하로 제한하면 1위라고 한다.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외로움과 아무 곳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라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페이스북에 매달려 바쁜 현대인에게 외로움이라는 것이 생뚱맞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사이버상에서는 모르는 사람과도 곧잘 친구를 맺지만, 정작 바로 아래 위층, 옆에 사는 이웃과는 인사조차 하지 않고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우리의 이중적인 자아를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아무리 스마트기기가 발달해도 인간의 체온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올해가 가기 전에 잠시 IT기기를 내려놓고 이웃과 간단한 음식이라도 나눠 먹으면서 친구가 되어 보자.

 

김 정 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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