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나의 설계

공직에서 은퇴한 고향 선배님은 인천광역시 구치소장이었다. 평상시 자주 만나지 못해서 친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얼마 전 내가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센터를 일부러 방문해주셨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요즘에는 대학 강의를 나가신다고 하셨다. 미리미리 서둘러 은퇴설계를 하고 실천을 잘하여 걱정 없는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배님의 나이가 60대 초반이니까 한창 일 할 나이인데, 만약 노후를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싶다. “제2의 인생기인 노년기를 평생 현역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노년기 인생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는 지역사회를 위해서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는 선배님이 자랑스럽고 한편은 부러웠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5천357천명으로 총인구의 11.0%를 차지하였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7.7%로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 진입 하였으며, 2016년에는 노령화 지수가 100.7로 노년인구가 유년인구를 추월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8년에는 14.3%로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20% 이상인 초 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UN은 전체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비율이 7%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이상이 되면 초 고령사회라고 정의하고 있다.

 

흔히 노년기에 찾아오는 4가지 고통을 은퇴에 따른 빈곤의 고통(貧苦), 신체적 노화에서 비롯되는 질병의 고통(病苦), 타인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온정과 평안을 얻을 수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고독으로 인한 고통(孤獨苦), 남아도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야 하는 무위로 인한 고통(無爲苦)의 4가지로 표현한다. 노인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욕구 등 여러 가지 욕구를 가지고 있으나 노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기타의 여건으로 충족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어지는 여가시간의 증대는 노인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지금 이 상태로 준비 없이 고령사회를 맞는다면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다.

 

장수는 축복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회에서 장수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하는 오늘이다. 우리는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일본은 고령화가 장기침체를 촉발시켰지만 그 의미를 모르고 대비를 소홀히 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부양비 문제 등 고령화로 인하여 파생되는 문제가 보다 심각해지는 것은 지금 당장의 노인이 아니라, 고령사회의 문제는 지금의 젊은세대들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과제다.

 

언제까지 고령사회에 대하여 걱정만 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노인의 경륜과 지혜는 세상사와 인생사의 토대가 되어 왔다. 그래서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노인을 활용할 줄 알면 즐거움이 가득하므로 노인을 존경하고 사랑하라” 하였고, 다산 정약용 역시 훌륭한 목민관이 되려면 노인의 지혜를 구하라고 권면하였다. 사실 자원봉사 현장에서는 70대 노인들의 자원봉사활동이 결코 위축되지 않는다. 게다가 많은 은퇴예정자들이 퇴직 이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기 위하여 역량개발에 수년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이제는 노인세대와 젊은세대가 함께 고령사회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지닌 어르신들이 제2의 인생을 자원봉사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적극적으로 ‘어르신 자원봉사단’을 만들어가고 지원하는 자원봉사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임진년 나의 설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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