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피해 늘면서 상담문의·수강생 급증 무술도장 때아닌 호황
“이젠 학교도 못 믿겠고, 아이가 알아서 몸을 지킬 수 있도록 무술 도장에 보냈습니다.”
인천지역 학부모들이 학교 폭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아이들을 무술 도장에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내 무술 도장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9일 오후 8시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태권도장. 문을 연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최근 관원 수 20여 명이 늘었다. 전부터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파악한 무술 전문가들이 호신술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탓이다.
태권도장 관장 S씨(28)는 “하루 평균 2차례에 불과하던 상담문의도 10여 차례로 부쩍 늘어났다”면서 “학부모들이 방학을 맞아 자녀가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호신술에 관심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L씨(33·여)는 “몇 달 전 아이가 학교에서 맞고 온 적이 있는데, 딱히 학교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학교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최근 학교폭력 사태가 계속되다 보니 두 아들 모두 무술 도장으로 보내 본인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남구의 한 택견 전수관도 마찬가지다. 평균 하루 1건이던 전화문의가 최근 7~8건으로 늘어났다. 전수관 측은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신체 단련뿐만 아니라 인격수양을 해야 한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무술인 택견에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보기 인천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장은 “호신술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만큼, 학교 당국의 학교폭력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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