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드디어 새해가 시작됐다. 나라 전체로 봐도 올 한 해는 적지 않은 큰 변화와 고비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법조계에도 올해 매우 큰 사건이 노정되어 있다.
말도 많았던 로스쿨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첫 해인 것. 금년 로스쿨졸업생 가운데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1천500명 정도로 내다보고 있고, 사법연수원에서 1천명 정도가 수료한다고 볼 때, 약 2천500명의 법조인이 새로 유입된다.
2010년 변호사 숫자가 1만1천667명이었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에 변호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길게는 약 90년, 해방 이후로 보아도 약 60여년만에 배출된 변호사 숫자가 1만명을 조금 넘는 숫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한 해에 2천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된다.
여기에서 300명 내지 400명 정도가 비변호사 직역으로 간다고 가정해도, 약 6년 정도가 지나면 기존 변호사의 2배로 그 수가 늘어나게 된다.
청년변호사 실업문제 대비해야
이미 젊은 변호사들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개업변호사의 경우 사건선임이 쉽지 않아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앞으로 매년 2천명 이상의 변호사가 유입된다면, 이 문제는 법조계에 국한된 문제나 혹은 변호사들의 밥그릇싸움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변호사의 권위주의가 팽배해 있던 시대에는 변호사의 문턱이 높아 일반 시민들이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 어려웠고, 변호사 비용이 고가였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변호사의 숫자를 늘려서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고 친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출발의식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가 늘어나는 것이 시민들의 이익증대로 바로 연관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변호사 숫자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반대로 저질의 법률서비스가 난무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또 다른 분쟁거리를 만들게 되며, 변호사 실업자의 증대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법조 시스템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 수년 앞서서 동일한 로스쿨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역시 청년변호사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국가·기업의 적극적 채용 필요
일본에는 법률사무소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변호사를 ‘이소벤’이라고 하고, 그 이외에 법률사무소에 취직은 했지만 월급없이 의뢰인을 직접 찾아야 하는 변호사인 ‘노키벤’ 부류가 등장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지 못해 집에서 혼자 독립해 의뢰인을 찾는 ‘쇽독벤코시’ 부류가 등장했다고 한다.
로스쿨 문제에 대해 일본의 한 전문가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해결해야 할 더 많은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서 사건이 증대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운용해 본 결과 사건 수는 증대하지 않았다’고 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늘어나는 변호사에 비해 사건 수가 증대되지 않는다면, 상당한 숫자의 변호사 실업자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유능한 전문가를 키우고 양성해 두고도, 이들을 실업자로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에서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적재적소에 이들 로스쿨 졸업생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가나 기업 나아가 시민이익에 부응하고, 변호사실업을 해결하는 근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로스쿨 졸업생 스스로도 과거의 권위적인 변호사 상을 탈피해, 보다 더 가까이 시민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이웃으로 자리잡아갈 필요가 있다.
마치 시민들이 편하고 가깝게 약국과 개인병원을 이용하듯이, 시민들이 법률적으로 불편하거나 궁금한 것을 언제나 가깝고 편리하게 상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제도의 현실적인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도록 서로 지혜를 모을 때다.
이 재 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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