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종인과 지도자의 자질

[천자춘추] <舍己從人:남의 착한 행동을 따르는 것>

태평성대로서 요순(堯舜)시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자기 자신을 크게 내세우지 않았던 시대, 백성 또한 정치에 무관심하였지만 아무 걱정 없이 지내며, 사회가 원만하게 운영되었던 시대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다양한 기록을 참고해보면 요순시대는 우리 생각처럼 그리 편안한 시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자연적 재해와 사회적 문제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었던 시대였다. 치산(治山), 치수(治水)를 통하여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범죄자들에게 합당한 형벌을 내리는 일, 인간이 가야 할 바른길을 제시하고 백성을 인도하는 일이 그 시대의 군주에게는 급선무였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요임금이나 순임금은 자기 시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는가? 요임금은 용기와 인내심을 갖추고 각 분야에 합당한 능력자를 고루 등용하여 시대적 과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성군(聖君)의 반열에 올랐다. 요임금의 뒤를 이은 순임금은 치산치수에 성공하였으며, 형벌과 법을 명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고, 아이들의 교육에 애써 사람의 도리를 깨닫게 하였다.

 

요순시대 군주를 보좌했던 참모들은 이들이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타인의 지혜를 따르는, 이른바 사기종인(舍己從人) 원칙을 굳게 지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참모들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으며,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태평성대의 구성원들이 그 사회의 최고 지도자에게 요구했던 것은 전지전능한 문제해결 능력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소하고 자잘한 일에 신경 쓰기를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백성은 자신의 지도자가 지위에 걸맞게 큰 원칙을 굳게 지키고 사태를 밝게 통찰하여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여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춘추시대 관중의 표현처럼 국가와 조직의 지도자는 ‘새를 대신하여 날지 말고, 말을 대신하여 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새가 제 힘껏 저 창공을 향해 비상할 수 있도록 해주고, 말이 제 능력껏 천리를 달릴 수 있도록 그들을 북돋아 주는 것이 지도자의 진정한 자세라 할 수 있다.

 

올해 임진년은 총선과 대선이 우리 국민의 일상을 지배하다시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후보들은 우리 국가와 국민을 위한 다양한 공약으로 유권자를 유혹할 것이고,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한껏 부풀려 자신이 유일한 지도자임을 선전할 것이다. 어떤 지도자가 앞장서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정 잘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지도자의 조건과 자질에 대한 성찰과 담론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다.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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