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참 재미있는 게임이다. 80대 스코어를 내려면 가족을 버리고, 70대 스코어는 직장까지 버려야 한다고 하였고, 본인 사망 외에는 골프 약속 취소는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몸에서 1미터 이상 떨어진 공을 작은 동전을 때려 맞추는 정확도로 치려 하니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우리나라 보통 체격의 남자가 드라이버로 220야드 거리를 일관성 있게 날리려면 최소 30분씩 매일 연습을 해야 하고, 240야드라면 1시간, 260야드라면 1시간 반을 써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과 다른 샷 연습시간 까지 고려하면 대략 3배가 필요할 것이다. 통상의 직장인으로서는 할애하기 어려운 목표다.
나사(NASA)출신의 과학자 데이비드 펠츠가 재미있는 연구를 하였다. 미국 PGA 소속 상금순위 100위 선수들의 성적을 여러모로 연구하였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장타 거리와 상금랭킹과는 상관관계가 높지 않았고, 페어웨이 안착률, 소위 파온(GIR), 심지어 퍼팅 회수까지도 상금랭킹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
놀랍게도 80야드 안짝의 거리에서 3M 이내로 핀 대에 붙이는 능력이 관건이었다. 280야드, 300야드의 창공을 가르는 호쾌한 샷이 아니라, 짧은 샷 마무리 샷이 상금 랭킹 결정인자였다.
충분한 연습이 뒷받침되지 않은 장타는 축복(blessing)이 아니라 재앙(disaster)이다. 매 홀의 첫 샷이 굴러가더라도, 페어웨이에 살아있기만 하면 파를 노릴 기회가 있다는 믿음을 갖자. 대신 어프로치 샷 퍼팅 등 짧은 샷 마무리 샷을 실수하지 않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자.
우리는 살면서 한 방을 노리면서 산다.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는 말에 속고 산다. 빨랫줄같이 죽 뻗은 장타 기억이나, 어쩌다 생긴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샷을 자기 실력인 것으로 착각하고 드라이버 샷을 한다.
골프 샷도 굿샷 25%, 보통샷 50%, 배드샷 25%인 정규분포로 볼 수 있다. 배드샷 만 아니면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인생에서도 기막히게 좋은 순간은 짧다. 보통의 삶을 좋은 삶으로, 축복받은 삶으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중요하다. 우리의 삶도 장대하고 화려한 것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성취들이 모여 삶의 개울을 이루고 강을 만든다.
우리 사회의 한방주의나 인생스코어를 망치는 허세 허풍 번지르르함을 경계하자. 인생스코어는 디테일과 마무리의 정교함에 달렸다는 걸 항상 새기자.
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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