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가는길 안전한 교통문화부터

지난 98년부터 교통안전공단에서 매년 교통문화지수라는 것을 발표한다. 이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습관 및 행동양식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역별 교통문화 수준과 지자체의 교통문화정립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다.

 

지난주 발표된 2011년 교통문화지수 전체보고서를 보면 경기도는 16개 시도 중 4위, 인천은 2위를 차지하며 비교적 우수한 교통문화지수를 나타냈다. 하지만,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조금 의아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전체 시도 중 1위를 차지한 곳이 서울이다.

 

그리고 전라도, 경상도 등 지방으로 갈수록 점수가 낮아진다. 경기도 내에서도 비교적 발전한 곳은 순위가 높으나 낙후된 지역일수록 점수가 낮아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로가 한적할수록 운전자는 더 빨리 달리게 되고 보행자 역시 쉽게 무단횡단하게 되어 오히려 사고 발생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지자체 역시 이러한 곳에서는 무단횡단 방지펜스나 신호위반 단속 장비 등 안전시설들의 설치에 게을러진다.

 

집배원들에게도 한적한 시골이 더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이 넓어 훨씬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다, 좁은 시골길을 쌩쌩 달리는 과속차량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부주의한 보행자들 때문에 온종일 긴장한 상태로 운행해야 한다.

 

경기·인천지역에는 3천600여명의 집배원들이 있는데 이중 상당수가 이러한 시골길을 달려 우편물을 배달한다. 매일 아침 안전 교육을 하고 주기적으로 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교육을 시행하지만 해마다 한 두건씩의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외국속담에 ‘삐걱거리는 문이 오래 간다’라는 말이 있다. 금세 망가질 듯 삐걱거리는 문은 사람들이 조심해서 여닫게 되고, 좀 더 자주 기름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튼튼하다고 생각한 문은 부주의하게 여닫고 신경을 쓰지 않아 금세 망가진다.

 

차들이 많은 복잡한 도심에서 운전자들은 수많은 차 속에서 행여나 사고가 일어날까 어느 때 보다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보행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자체도 거리 곳곳에 신호등과 건널목을 설치하고, 과속과 신호위반을 감시하는 카메라도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세우며 교통사고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기 때문에 교통문화지수가 더 높은 것이다.

 

이제는 우리 관심 밖의 지역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한적한 도로라고 마음껏 내달리는 나쁜 운전습관을 버리고 규정된 속도와 신호를 지켜 운전하는 성숙한 교통문화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자체 역시 이러한 곳일수록 더욱 신경 쓰고 관리해 선진국 수준의 교통시설들을 갖추어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빠른 길이 아니라 안전한 길에서 출발한다.

 

김기덕 경인지방우정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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