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배시민으로서 외국에서 시집온 후배시민들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이 일을 합니다.”, “제가 인문학 강좌를 듣지 않았다면 내 가족밖에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인문학은 나와 세상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공동체 일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안산시 단원구노인복지관 소속 시니어 봉사단 노인들의 말이다. 필자도 강사로 참여한 10강좌의 인문학 수업에서 노인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들은 진지하게 강의를 들었고 열띤 토론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노인(older man)에서 선배시민(senior citizen)으로 자각하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 노인은 보통 경제적으로 무기력한 사람,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 사회적으로 돌봄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을 선배시민의 눈으로 보면, 지혜로운 사람, 후배시민들의 본보기, 사회를 돌보는 사람이다. 따라서 노인에서 선배시민으로 자각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제 이들은 선배시민이 되고 나서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인문학 세 번째 강좌부터 자리정리 등 스스로 강의를 준비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강좌가 끝난 이후에 나타났다. 이분들은 청소년을 선도하기도 하고 다문화 가정을 돌보고자 봉사단에 가입하기도 했다.
연말에는 모금활동을 하여 이를 복지관에 전달했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의회방청을 시작했다. 선배시민의 정치 관여는 시의원들을 당황하게 하였다. 급기야 이분들은 토론하는 동료가 중요하다며 ‘한마음 상록회’라는 모임을 조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노인에서 선배시민으로 정체성의 변화가 만든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 가능성의 예술 이면엔 노인에 대한 복지관의 새로운 인식과 태도가 있다. 단원구노인복지관은 노인들을 돌봄의 대상, 프로그램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 삶의 주체로 권리를 가진 선배시민으로 인식했다. 따라서 인문학 강좌, 환경강좌 등을 개설했고, 특히 관장님은 올해 자조 모임의 활성화와 노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사회의 노인에 대한 시선 변화와 이에 대한 노인들의 자각이 노인들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선의 변화는 아이, 장애인, 여성, 다문화 가정 등 모든 곳에서 가능하다. 자신을 권리의 주체로 자각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할 때 우리 사회는 문명적인 전환을 할 수 있다. 올 한해 사회의 곳곳에서 이런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유해숙 인천시교육청 교육복지연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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