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선행학습, 부작용 낳을수도

춘추전국시대의 한 우화로부터 유래한 ‘알묘조장’을 떠올려본다. 이는 인간의 과도한 관심과 사랑이 그 의도에 반하여 어린싹이나 새 생명을 죽이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는 교훈으로, 오늘날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열정과 성급함이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초중등학교 겨울방학 중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음에도 우리네 도시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큰길과 주택가 골목길을 오가며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각종 사교육 관련 차량의 분주함이다.

 

특히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겨울방학은 우리나라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에게 매우 숨 가쁘고 힘든 시기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초중등학생이 방학 동안 자신의 현행 학습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다음 단계의 학습을 미리 해두어야만 미래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괴이한 현상이 생겨났다.

 

게다가 이와 같은 학습을 통하여 그들이 목표하는 고교나 대학에 무사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녀를 가진 일부 학부모들에게 은밀하게 퍼져 있다.

 

정도를 넘어선 선행학습의 열기나 이들 효과에 대한 일부 학부모들의 맹목적인 믿음은 자녀들에게 공부에 대한 즐거움과 흥미보다는 고통과 지겨움을 주기 십상이고, 이에 따라 오히려 후속 학습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저하하기도 한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단시간에 학습 능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당연한 욕심이지만, 부모의 자식 사랑으로 포장된 이러한 과욕은 그 바람과는 달리 도리어 자녀의 훌륭한 재능과 잠재 능력을 일찍부터 고사시킬 수 있다.

 

자녀의 효과적인 학습을 원한다면 그들의 학습 수준을 뛰어넘는 선행학습보다 이제까지 해오던 학습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심화하는 여유로운 복습이 훨씬 더 교육적으로 나을 것이다.

 

만약 선행학습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면 내 아이가 선행학습을 위한 기초 능력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교육 시장이 제공하는 사교육 프로그램이 아이의 학업성취 수준에 적절한지부터 냉정한 시각으로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여러 요소도 사라져야 하겠지만, 옆집 아이 학원 보내는데 우리 아이 방치하면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한 핑계보다는 옆집에서 보면 우리 집도 ‘옆집’임을 모두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정동권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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