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대공무사(大公無私)는 어디 있나

류제홍 인천본사 정치부장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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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진평공(晋平公)이 기황양(祁黃羊)이라는 신하에게 물었다.

 

“남양현(南陽懸)의 장(長) 자리와, 조정에 중요 자리가 각각 비었는데 누가 적임자인가”. 기황양은 주저없이 “해호(解狐)와 기오(祁午)를 각각 보내시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진평공은 놀라 기황양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찌 그대의 원수인 해호와, 그대의 아들인 기오를 요직에 추천할 수 있는가”.

 

기황양이 답했다. “물으신 것은 각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임 여부이지, 저의 원수지간과 아들 관계를 물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해오와 기호는 모든 공사를 공명정대하게 처리해 군주와 함께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이뤘다.

 

2012년 2월. 인천시민들에게 물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사사로움 없이 공정하게 ‘개발 공화국 인천’을 조성해 풍요로움을 이뤄 놓았는가?”

 

“...” 인천 시민들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송영길 인천시장이 시정과 시민들의 생활을 공명정대하게 살피고 헤아려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는가?” “...”

 

전·현직 인천시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요즘 가슴이 먹먹해 진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최근 인천시청에 깜짝 등장해 “인천은 총체적인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고, 송 시장은 적임자가 아니니 새 시장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송 시장 취임 이후) 인천의 건설경기는 실종됐고 경제자유구역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구도심 재생산업은 희망이 사라졌다”며 지역 경제와 시민의 궁핍을 안타까워 했다.

 

안 전 시장이 일으킨 경제자유구역 부동산 신기루 유혹에 빠져 수억원씩의 빚을 내 아파트를 샀다가 억대 손실금을 내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시민들은 그의 재등장에 할 말을 잃는다.

 

송도 아파트 입주자들의 피같은 분양대금 7천억원을 들여 경제자유구역의 랜드마크라며 쌓아올린 68층 동북아트레이드타워는 용도 결정도 못 한 채 주인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헌 집을 새 집으로 바꿔주는 ‘두꺼비 집’ 으로 굳게 믿고 안 전 시장에게 몰표를 던졌던 200곳 이상의 재개발 및 주거개선사업 지정 지역 주민들은 몸과 마음이 벌거 벗겨진채 엄동설한(嚴冬雪寒)을 나고 있다.

 

송영길 시장은 2010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안 전 시장이 지어놓은 수조원의 부채로 망할 위기에 있는 인천시 살림을 구해내겠다며 시민들을 설득해 인천시에 입성했다. 당시 시민들은 소신과 패기에 국회의원 3선 정치 경륜까지 겸비한 송 시장에게 대공무사(大公無私) 행정을 통한 인천 재건을 한껏 기대했다.

 

그러나 취임 후 시민들이 처음 부딪친 것은 특정 지역과 학교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한다는 연나라(연세대·전라도)인사 논란이었다.

 

안 전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부채를 딛고 입성한 송시장은 부채 해결이라는 시민과의 약속을 뒤로 한채 일선 군·구 재정조정교부금 등을 예산으로 당겨쓰는 방법으로 분식, 적자 예산을 흑자로 둔갑시켰다. 안 전 시장과 같은 격 이다.

 

재정난 해소를 위해 아시안게임을 반납하겠다던 정치적 소신은 지역 정치권과 주민여론에 밀려 개최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시장에 당선되면 보란듯이 해결 하겠다던 인천시의 재정 문제는 정치권 등 지역 사회의 공동 책임 과제로 슬그머니 돌려놓고 있다.

 

송도 영리 국제병원 설립 문제로 지역 사회가 양분화되고 몸살을 앓아도 최종 결정권자인 시장으로서의 뚜렷한 입장도 내놓지 못한채 ‘겉으로는 반대, 속으로는 찬성 시장’이라는 비아냥만 듣고 있다.

 

시민들은 2년이 가까워 지도록 그 어떤 ‘송 시장 표’ 희망 조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인천 시민들도 한번쯤 기황양을 떠올리지 않을까? 대한민국에도 기황양이 있었다면 어떤 이를 인천시장직에 추천할까 하고 말이다.

 

류제홍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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