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을 빌려주거나 물건을 판 후, 그 대여금이나 물품대금 등을 오랫동안 방치하고 지급청구 등 권리행사를 하지 않으면, 법률상 그 권리가 소멸돼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위법·부당한 세금부과나 건축허가거부처분 등 행정처분에 대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정기간 안에 이의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그 처분에 대하여 다툴 수 없게 되어 꼼짝없이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기간 중에서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그 권리를 상대방에게 주장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가 소멸시효제도다.
소멸시효제도를 두는 이유는, 기간이 오래 지나면 사실 관계가 불명확해지고, 또 당사자 간에 다툼이 생길 경우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어지기 쉬워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자기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사람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각 권리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을 살펴보면, 여관의 숙박료, 음식점의 음식료, 오락장의 입장료, 학생들의 수업료 등은 1년(민법 164조), 이자, 병원치료비, 변호사 수임료 등은 3년(민법 163조), 그 외 대여금 등 일반채권은 10년(민법 162조 1항)이다.
일반채권도 당사자가 상업에 종사하는 상인 간의 채권일 때는 그 기간이 5년으로 단축된다(상법 64조).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3년이고(근로기준법 49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금전을 청구할 권리(공사금이나 부당이득금 등)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은 5년이다(국가재정법 96조 1항, 지방재정법 82조).
또 기간 중에는 불변기간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하는 경우와 같이, 법원이나 행정기관의 판결이나 처분에 대하여 법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항소하거나 불복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면, 더는 이의나 불복을 할 수 없는 기간을 말한다.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신청기간(판결에 대한 항소나 상고기간,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 제기기간, 재심청구기간), 각종 행정처분(건축허가 등 일반 행정처분, 세금부과 등 조세처분, 토지수용재결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행정행위)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 등이 불변기간이다.
이러한 소멸시효기간이나 불변기간 이외에도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렸을 때 제기하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제기기간 등과 같이 민법, 상법, 행정소송법 등에는 권리행사나 불복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 많은 규정이 있다.
따라서 모든 권리의 행사나 각종 법적 소송이나 처분에 대한 불복 및 구제신청 등은 무한정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일정한 기간 안에만 행사할 수 있고, 그 기간을 지나버리면 권리행사나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그러한 기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재철 법무법인 마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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