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형제의 나라로 잘 알려진 터키, 하루 최소 25만에서 최대 4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대국이기도 하다.
터키의 이스탄불에 가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관광명소들이 즐비하다. 1856년에 세워진 돌마바흐체 궁전, 터키를 상징하는 성소피아성당, 높이 9m가 넘는 돌기둥 336개로 받쳐 만든 지하 물저장고 예례바탄사라이 등 도시전체가 유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수년전 일행들과 함께 이스탄불을 방문 했을 때 여러 관광자원들과 어우러져 아치형 돔 지붕으로 덮인 거대한 전통재래시장인 ‘그랜드바자르’를 둘러봤다.
그랜드바자르는 1455~1461년 건축되어 16세기에 대대적인 확장과 여러 번의 증·개축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전통시장으로 20여개의 크고 작은 입구와 60여 개의 도로를 따라 5천여개의 상점이 성업 중인 세계최대의 전통시장이다.
시장에 들어가면 화려한 돔 지붕과 바닥이 대리석 등으로 포장되어 있어 걷기 편하고 쇼핑을 즐기기에 좋다.
또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금, 은 세공품을 포함한 각종 보석류, 피혁류, 카펫과 형형색색의 도자기, 각종 공예품과 특산품 판매장 등 재래상권이 있으며, 다른 한편에는 도시의 규모에 따라 크기만 본다면 유럽 내에서도 빠지지 않는 순위에 드는 포럼이스탄불, 제바히르, 까르프SA 등등 여러 개의 대형 쇼핑몰 매장이 있어 이스탄불을 찾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이 시장에 들러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시장을 둘러보는 것 자체를 즐긴다고 한다.
즉 시장 자체가 하나의 큰 관광상품인 것이다.
필자는 그랜드바자르를 둘러보면서 재래상권과 대형 쇼핑물 상권이 충돌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래상권과는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이다. 우선 그랜드바자르는 취급하는 물품이 대형쇼핑몰과 많은 차이가 난다.
그랜드바자르에서 취급하는 물품 중 많은 것들이 골동품, 관광기념품, 저가의 다양한 피혁제품과 카펫 등으로 대형쇼핑몰이 취급하지 않거나 취급할 수 없는 물품들을 팔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재래시장은 어떤가?
요즘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거센 폭풍우를 맞으며 고전하고 있다. SSM과 같은 대형유통매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편리한 면에서 보면 전통시장과 비교가 되지 않는 우위를 점하고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을 백화점식으로 진열해 놓아 구매 객들을 매료시킴으로써 재래시장이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너무나 힘겨운게 현실이다.
수원시에서도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 팔달구에서도 매주 전통시장 이용의 날 운영, 1부서 1시장 자매결연 등 여러 가지의 상징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재래시장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의 정도는 약하기만 한 것 같다.
그날 번 돈을 미처 세어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잠들던 시절이 있었던 수십 년의 청춘을 시장에서 보낸 어느 상인의 향수처럼 전통시장이 누리던 그 옛날의 영화는 어쩌면 다시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변화다.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피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는 기회를 준다. 수원시의 전통시장은 대형 쇼핑몰의 흉내를 내거나 가격경쟁을 하기위해 저 품질의 상품을 저가에 팔려고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통시장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찾고 이를 키워 구매객들을 잡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수원의 전통시장은 터키의 그랜드바자르와 같이 대형쇼핑몰이나 대형유통매장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란 훌륭한 관광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우리의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것이 우리의 전통시장이 갖출 수 있는 여러가지의 경쟁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윤건모 수원시 팔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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