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4월의 결정을 목전에 두고

총선이 두 주 앞이다. 속속 국회의원 후보 명단이 밝혀지면서 이제 피니쉬 라인을 향해 각 당의 공천자들은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물의로 인해 제대로 링 위에 한 번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탈락하는 후보들도 존재하지만, 그 즉시 새로 교체된 선수를 성심껏 응원하는 모습 또한 다른 때의 총선과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이번 총선은 한미 FTA나 국가보안법에 대한 심판 등 그동안 묵혀 왔던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한 대국민 의견 개진의 장이 될 전망이다.

 

연달아 이어지는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하는 관객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총선의 결과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쉬운 점 또한 존재한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혜성과 같이 나타난 촉망받는 별들도 있는가 하면 작은 실수에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추락하는 인사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의 이모 대표나 새누리당 나모 의원 등이 대표적인 예인 바, 이들의 추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권력의 무상함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성 후보 늘린다 했지만 줄어들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 이라 했던가. 아무리 붉고 탐스러운 꽃이라 해도 열흘을 넘기기 힘들며, 제아무리 권력가라 해도 그 권세가 10년을 넘길 수 없다 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라 해도, 제대로 된 여성정치인 한 명을 키워내기 힘든 우리의 척박한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의 추락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각 당은 모두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를 많이 늘리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여성 후보는 7.1%로서 18대 총선의 11.8%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더욱이 이들 중 과반 이상이 서울 경기권에서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지방의 경우 어느 때보다도 여성정치인 발굴에의 노력이 취약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이 같은 여성정치인의 감소 추세는 민주통합당보다는 새누리당에서 더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은 지역구 공천자 210명 가운데 21명(10%)이 여성이었으며, 새누리당은 230명 가운데 16명(7%)만이 여성이었다.

 

기존의 여성정치인에 대한 천거만을 놓고 보더라도 민주통합당의 후보군에는 기존 의원들이 상당수가 포진해 있는데 반해, 구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 중 공천자들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여야, 여성 정치인 양성 힘써야

물론 이런 추세가 당내 세력 간 충돌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라 할지라도 한 명의 경쟁력 있는 여성 정치인도 길러내기 힘든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새누리당은 전문 여성정치인의 성장에 과연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을 의심하게 된다. 

 

이제 세 집 건너 한 집은 여성이 생계를 책임질 정도로 여성 가구주는 증가 일로라고 한다. 반면 저임금 노동에서 남녀 간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심해, 남성 중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은 17.3%인데 반해 여성은 과반수에 가까운 42.7%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통계치만 놓고 보더라도 생활조건이 열악한 차별적 지위의 고유성을, 여성의 입장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여성 정치인의 양성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면 4월이다. 총선의 돌풍 속에서 국민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는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여성들의 미래 지위에 대한 고민도 심각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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