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집배원365봉사단’이란 것이 있다. 오래전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나 운영되던 봉사단체들을 모아 지난 2006년 정식으로 발족한 우체국 내 봉사단체다. 현재 우리 경기인천지역에만 37개의 봉사단에 2천여 명의 직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편지를 배달하면서 지역 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집배원들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나 둘 돕던 것이 시초가 되어 이제는 우체국마다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성격의 봉사단체가 있지만, 집배원들로 구성된 365봉사단은 좀 특별하다. 지역 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맞춤형 봉사가 가능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집배원들의 고된 업무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봉사정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월급이 많은 편도 아닌데 그 돈을 쪼개 활동비를 마련하고, 배달 업무에 몸이 지칠 법도 한대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모여 봉사활동을 나서는 그분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봉사활동 분야도 다양하다. 어려운 가정에 쌀과 생필품을 전하고, 요양원 등을 찾아 노인분께 목욕봉사도 하고, 때론 독거노인이나 다문화 가정의 오래된 집을 고쳐주고, 지역 내 환경정화운동에 산불예방활동도 한다. 거기다 배달에는 선수들이라 사랑의 도시락배달이나 겨울철 김장김치나누기 등은 눈 깜짝할 새 해치워 버린다.
얼마 전 의정부우체국 봉사단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를 모신 채 가구 하나 없이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여성을 알고서는 서울까지 달려가 이사를 하며 두고 간 가구들을 가져와 말끔히 수리한 후 설치해 주었다고 한다. 그 후 의정부우체국 집배원들은 버려진 가구들만 보면 우체국으로 가져와 수리하고 필요한 곳에 기증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휠체어로 생활하는 장애인을 위해 집안의 문턱을 낮추고 마당에 콘크리트 타설을 해주기도 하는 등 이웃이 아니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찾아 해결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봉사단이 지역 내 우체국마다 있다고 하니 내심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16일 안양우편집중국에서 이들 ‘집배원365봉사단’이 한자리에 모여 ‘2012 집배원365봉사단 New Start결의대회’를 가졌다. 좀 더 나은 봉사활동을 위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설 것을 다짐하는 그들을 보며 검게 그을린 얼굴에 거친 손을 가진 천사들이라 생각했다. 이들이야말로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진정한 천사들이 아닐까?
김기덕 경인지방우정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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