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사람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무한소통시대에 살고 있지만 소통할 곳이 없다고 하소연 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생겨난 곳이, 이른바 토킹바(Talking Bar)다. 토킹바는 말 그대로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물론 댓가를 지불하고.
2005년부터 고시촌을 중심으로 생겨 난 토킹바는 수험생활에 지친 고시생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이야기 방’이었다. 남성들이 주 고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여성 전용 토킹바가 늘고 있다. 경기불황에도 급증해 현재 강남, 인천, 영등포 등 유흥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에 체인점을 가진 한 여성 전용 토킹바 홈페이지에는 하루 접속자가 5천명이 넘을 정도다. 게시판에는 ‘어제 너무 즐거웠고, 고마웠다’는 글이 가득하다.
대화를 사러 온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한다. 직업도 다양해 20대 대학생부터 회사원, 주부에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들도 많이 찾는다. 이들은 남편에 대한 흉, 친구에 대한 섭섭함, 직장상사에 대한 뒷담화, 연애이야기 등을 가감없이 토해낸다. 토킹바에선 술 한잔과 함께 종업원(바텐더)이 이런 이야기의 상대가 돼 준다. 여기선 흔히 말하는 2차는 없다. 필요 이상의 스킨십을 요구해서도 안된다. 성매매 업소와의 차이점이다. 토킹바는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
토킹바를 즐기기 위해선 자릿세와 음료 값을 포함해 1인당 최소 1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경기가 불황이라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넘쳐난다. 이들은 왜 굳이 돈을 내고 대화의 공간을 찾는 것일까. 어느 신문에 소개된 한 가정주부는 “남편은 남편대로, 애들은 애들대로 바쁘다. 얘길 나눌 사람이 없다”면서 “여기서 얘길 하고나면 속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토킹바는 우리 사회 ‘소통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불통’(不通)의 증거다. 소통할 공간이 줄어들면서 ‘돈을 주고 소통을 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가족과 친구, 집단 내에서 대화하는 방법을 잘 가르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토킹바는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나타난 왜곡된 형태다. 결국 진솔한 대화를 갖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열망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혹시 내 주변에도 ‘대화가 필요해’라며 대화에 목말라 하는 이가 없는 지 살펴볼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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