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학교가 도와줘야 한다

주말에 비가 오더니 온 세상 꽃이 만개했다. 유독 때늦은 봄으로 금년에는 동백꽃과 라일락을 동시에 목격하는, 조금은 기이하나 여전히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필자에겐 이럴 때 ‘멍했던 머릿속이 갑자기 간질간질한 것 같기’도 한 특이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유독 정서적인 감동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실존하기도 하는데, 연구자들은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사이코패스라고 일컬었다. ‘가사는 알되 노래는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무감동한 사람들, 바로 그들이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최근 수원 지동에서 등장한 잔혹한 살인사건의 주인공을 놓고도 그가 ‘사이코패스냐 아니냐?’ 는 의견이 분분했다.

 

문제는, 이렇게 냉혈한과 같은 구성원들이 최근 우리 사회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문의 범죄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도대체 그런 사건을 저지른 주인공들은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묻곤 한다. 물론 그들이 지닌 행동상의 특이성은 사이코패스라는 낯선 단어로 회귀되는 듯도 하지만, 그렇다면 그와 같은 성격의 문제가 왜 발생하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다시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가정 양육환경 빠르게 악화돼

 

외국의 연구자들은 유전적인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본다. 선대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취약성으로 인해 중추신경계의 반응이 일반인보다 둔감하게 태어난 생래적 원인이 이들의 가장 큰 핸디캡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전적 소양만이 충분조건은 아닌데, 거기에 어린 시절 부터의 방임과 학대, 교육 결손, 사회적 고립 혹은 비행 또래와의 결속 등 다양한 후천적 요인이 더하여져 잠재적인 문제의 발현을 촉진한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어린 시절의 경험은 특히 중요하다. 비록 유전적인 특이성을 지녀 인생의 초반기에 사회성 발달이 느린 아이들도, 부모와의 신뢰로운 관계형성은 그들의 성격적 문제가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억제기제로서 작용한다. 이에 대한 경험적 증거는 수없이 많은 바, 비행의 억제에 가족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는 원리를 시사한다.

 

매달 소년원에서 가퇴원하는 아이들에 대한 심사를 하게 된다. 그때 보게 되는 아이들에 대한 신상정보는 청소년 폭력의 문제가 대부분 병리적인 가정환경에서 유래하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난폭한 아버지와 모친의 가출, 그로 인해 심화되는 음주습벽과 아동학대, 이런 조합이 아니라면 부친의 외도, 이혼 후 모친의 일용직 근무, 그로 인한 돌봄의 부재가 아이들의 성장을 병리적으로 만드는 필수불가결한 원인이 된다. 백 중 여덟아홉은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소년원을 나가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까지 있다.

학교의 총체적 체질개선 필요

 

가정의 양육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결국 기대를 걸게 되는 곳은 학교이다. 허나 현재의 학교상황이라면 오히려 아이들의 문제를 개선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무관심한 교사와 무책임한 학교, 그리고는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학교는 아이들의 취약함을 감싸고 바로잡아주기 힘들다. 하지만 인생에서 유일하게 인성의 발달에 집중할 수 있는 곳 또한 학교이기에, 폭력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로 이참에 학교의 총체적인 체질개선을 주문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돈이든 인력이든 전폭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겠다. 곤경에 빠진 아이들을 구원하는 학교, 바로 그것이 온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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