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해있을 때 강의실에서 한 학생의 한자공부를 곁눈질 하다가 되새겨 본 친(親)과 효(孝)자의 유래입니다.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면이 있어 옮겨봅니다.
시골 어떤 지역에 닷새만에 장이 서고 장이 서게 되면 아들은 그동안 모은 나뭇짐을 지게에 지고서 장에 팔러 나갑니다. 늦은 저녁이 되어 어머니는 이제나 저제나 아들을 기다리고 그래도 돌아오지 않으면 걱정이 되어 동구 밖까지 나가봅니다. 이윽고 멀리서 한 사람씩 보이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좀 더 자세히, 좀 더 멀리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이러한 어머님의 애틋한 마음을 한자에서는 어버이 친(親·나무위에 올라서 멀리 바라다 보는)이라고 표기합니다. 아들은 시장에 가서 나무를 팔아 그 돈으로 어머니께 드릴 반찬과 몇 가지 일용품을 사들고 오다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고 아들은 어머니에게 말합니다. “어머니! 다리 아프실텐데 어찌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제가 업어드릴 테니까 이 지게 위에 타십시오” 그래서 노인을 지게 위에 태우고 오는 아들의 모습이 바로 한자의 효도 ‘孝(효)’자라 설명하고 있더군요.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 세월만큼의 생각이 쌓이게 됩니다. 같은 봄이라도 13살때의 봄과 20살때의 봄, 45살의 봄이 다 다르듯이 말입니다.
문득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는 어느 시인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지금 알고 있는 지혜로운 사실들(솔직히 이런 사실들은 지금에 와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지, 어떻게 보면 그 때에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일 것입니다)을 그 때, 과거에 알았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크게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알고 있는 건 지금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서 성공을 배우듯이 지금에 알고 있는 것들은 내가 여태까지 그것을 알기 위한 과정을 통과해왔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입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의 정을 알았듯이 부모님의 품 안에서는 그 분들의 무한한 사랑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모두 5월에 기념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부모님에 대한 효를 혹여 지금 알지 못해서 행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의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을 먼 훗날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는 또 다른 아쉬움과 회한으로 남기지는 말아야하겠지요.
안병용 의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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