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러시아 왕국에 아주 훌륭한 임금이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 매우 용맹하여 직접 전쟁에 참전해 국토를 크게 넓혔고 선정을 베풀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얼굴을 다쳐 오른쪽에 아주 보기 흉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 임금이 되자 어진(御眞), 즉 얼굴 모습을 그려 전국에 배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국의 유명한 화가들을 궁으로 불러 어진을 그리게 하였다.
첫 번째로 나선 화가는 흉터 없는 미남형의 얼굴을 그려 올렸다. 그러자 임금은 “이 그림은 나의 실제 모습과 다르지 않느냐. 국민들이 사실과 다른 나의 모습을 보고 존경심을 거두지 않겠느냐” 하며 퇴짜를 놓았다.
그러자 두 번째 화가가 나섰다. 이번에는 흉터가 있는 모습 그대로 그려 올렸다. 임금은 “이 흉한 얼굴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그대로 보일 수 있느냐” 하며 다시 퇴짜를 놓았다.
고민 끝에 세 번째 화가가 그려서 올린 그림이 합격되었다. 그는 옆얼굴을 그린 것이다. 흉터가 있는 쪽은 가려지게 하고 한쪽 얼굴만 그리는 기법을 쓴 것이다. 이를 프로파일(profile) 기법이라 한다.
요즈음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있을 때 신문에 나오는 ‘프로필’은 바로 이를 말하는데, 대개 그 사람의 장점만 쓰게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어릴 때 읽은 러시아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가끔 하는 결혼식 주례사에서 신랑, 신부에게 “상대방의 단점은 알고도 덮어주는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상대방의 장점만 보고 행복하게 잘 살기 바란다”고 당부 말씀으로 인용하는 동화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는 점이다. 동물들은 자기 이외의 존재에 대해 배려할 줄을 모른다. 자기 혼자의 욕구만 채우면 되고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 철저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원칙이 지배하고 약자는 도태되게 된다.
인간의 삶에서 남을 배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늘날처럼 생존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남을 배려하다 보면 경쟁에 뒤떨어지기 쉽다. 그러나 배려하는 삶이 당장은 손해인 듯하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득이 되는 것이 아닐까.
배려하는 마음이 가까이는 가정 안에서, 친구 간에, 직장 동료 간에, 사회에서 그리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사는 복지사회는 국민 간에 이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룩하기 어렵다.
인경석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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