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당신 자녀의 꿈은 무엇입니까?

정재환 경제부장 j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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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전 한 공중파 방송 퀴즈쇼에 초등학교 장래 희망 순위가 출제됐는데 초등학생 천명이 꼽은 장래 희망 가운데 1등은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다.

고등학생들의 선호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초 발표한 ‘2011년 학교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고교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인 것으로 나타났고, 희망직업 2·3위도 ‘공무원’과 ‘경찰’인 것으로 나왔다. 교사의 경우 일부 다를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공무원’이 되고픈 장래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을 거슬러 보면 ‘대통령’이나 ‘장군’, ‘의사’가 되겠다는 급우들의 응답이 가장 많았던 듯 한데 지금 우리 아이들과 예비 사회인들의 선택은 자의든 타의든 ‘현실’을 고려한 안정 편향적 성향을 보이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나마 꿈을 가지고 있는 것만도 다행일 수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진로교육실태보고서를 보면 30%가 넘는 중·고생이 “장래 꿈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교역 중심의 경제 구조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앞으로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최근 10년 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퇴행하면서 중소기업이 부쩍 늘어났지만 이들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이른바 ‘첨탑형’으로 산업구조가 바뀌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기준 중소기업 수는 306만 6천개로, 1999년 274만개에서 11.9%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은 같은 기간에 1만 9천개에서 3천개로 감소해 6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명칭은 ‘중소’기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소규모 영세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중소기업 가운데 96.4%인 295만 6천개가 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통계를 봐도 중간 규모 이상의 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고용 규모 250명 이상 기업 비중이 우리나라는 13.3%에 불과하지만 선진국인 독일은 55.1%로 절반이 넘었고 영국과 프랑스도 각각 45.3%와 46.7%, 일본은 30.9%에 이른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3%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2004년에는 35.6%, 2009년에는 32%까지 떨어졌다. 수출 관련 중소기업 숫자도 2000년 3만 2천개에서 지난해 2만 3천개로 줄었다. 이같은 현상과 배경을 설명하는데 여러가지 이론들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기업의 증감 추이, 더 정확하게는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업 수의 급감이다. 우리 경제를 굳건히 지지할 대기업은 물론 수출관련 기업이 크게 줄었음은 특히 우려할만하다.

기업은 하루 아침에 그냥 생기지 않는다. 좋은 기업인이 있어야 기업이 생기고 또 성장한다. 그리고 그 기업인으로 커가야할 이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3년 전 젊은이들에게 설파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며, 어떻게 보면 글로벌 기업인을 키우고 그들이 잘 성장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함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과제다. 그럼에도 10여년뒤 우리 경제의 미래가 될 초등학생들의 희망과 당장 사회 진출을 앞둔 고교생들의 꿈에서 국내의 혹은 해외의 누구누구 같은 기업인이 되겠다는 포부나 새로운 기업을 일궈 성공하겠다는 열망을 읽어내기 어렵게 됐음이 무척 걱정스럽다. 작은 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크지도 못하고 큰 기업 수는 자꾸만 줄어가는 우리 경제의 틀에서 좋은 기업인을 키워내는, 그리고 그것을 꿈과 희망으로 도전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와 교육 인프라 조성은 우리 세대의 당연한 책무다.

정재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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