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의 기지… 소중한 생명 살렸다

평택 구은호씨,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 경기 중 의식 잃은 외국선수 구조 ‘화제’

통역 자원봉사자가 국제 역도대회에서 외국인 선수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냈다.

지난달 말 장미란, 사제혁 등 베이징 올림픽 간판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15개 체급에 37개국 54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2012 평택 아시아역도선수권 대회’에서 기지를 발휘한 자원봉사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다급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생명을 구해낸 화제의 주인공은 평택토박이 구은호씨(46).

통역자원봉사자로 나선 구씨는 대회 전부터 아침 일찍 나와 밤 9시까지 방송관련 업무지원과 대회정보 제공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대회에 힘을 보탰다.

그러던 중 대회 둘째날, 여자 53kg급에 출전한 인도네시아 Citra Febrianti 선수가 용상 경기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필리핀에서 심폐소생술 자격과 강사 자격을 취득하고 스킨스쿠버 강사로 활동한 경험을 가진 구씨는 순간 다급히 경기장으로 뛰어 올라가 선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두눈을 부릅뜬 채로 경련을 하던 선수의 숨이 갑자기 멎어버리자 구씨는 의사를 부르며 심장과 호흡이 멈췄다고 외치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선수는 두번의 심폐소생술 끝에 심장박동과 의식이 약하게 돌아왔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자원봉사자가 국제대회 참가차 우리나라를 찾아 온 귀중한 외국선수의 생명을 살려낸 것이다.

구씨는 “그 선수가 살아준 것에 감사하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딸을 두고 왔다는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하면서도 기쁨은 두배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지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수송통역 자원봉사, 1988년 서울올림픽 수송통역 자원봉사 활동 등 그동안 국내외에서 크고 많은 대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온 구씨는 대회기간내내 민간 외교관 역할에도 최선을 다했다.

외국 선수들과 한국식당을 찾아 한국음식문화와 그 나라의 음식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먼 타국 대회에 출전해 외로움이 많았던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문화에 대해 공유하는 등 자원봉사자를 넘어 행복과 사랑을 전하는 전도사로 활동했다.

구씨는 “짧은 시기에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졌지만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이번 행사에서 많은 분들과 좋은 인연을 맺게 돼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택=김덕현기자 d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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