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목이 따끔따끔 한게 감기가 온 듯 하다. 한낮 기온은 29~30℃까지 올랐다가 아침 저녁으로는 기온이 떨어져 일교차가 크다 보니 감기로 애를 먹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럴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꿀’이다. 꿀을 따뜻한 물에 타 먹는 것만으로도 약국, 병원 신세를 조금 면할 수 있다. 꿀물은 감기로 떨어진 체력을 올려주고 건조해진 호흡기를 적셔줄 뿐 아니라 꿀의 단맛은 통증을 줄여주기도 한단다.
그런데 꿀 1㎏을 모으기 위해 일벌은 지구 한 바퀴 정도를 비행해야 한다니 수저에 한 스푼 떠 쉽게 먹을 수 있는게 새삼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꿀벌은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곤충이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벌에서 얻은 꿀을 먹기도 하고, 약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전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71%가 꿀벌에 수정을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꿀벌이 농작물 수분에 기여하는 경제적 따져본 결과, 약 6조원으로 평가됐다니 작은 벌이라고 무시할게 못된다.
꿀벌을 일찍부터 알아본 인류는 17세기부터 양봉산업을 본격화하며 벌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꿀벌산업은 최근 기술의 발달을 힘입어 주로 꿀, 화분, 로열젤리, 밀랍 등 전통적 제품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프로폴리스와 봉독(벌침액)을 이용한 기능성 제품의 연구 개발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도 봉독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에 힘을 쏟아 봉독이 항균 작용과 세포 손상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효능을 이용해 여드름 완화와 세포 재생, 자외선 차단 등에 효과가 있는 정제 봉독이 함유된 화장품을 만들었다.
특히 최근엔 농진청이 개발한 봉독 채집 및 정제 기술을 이전 받은 국내 전문 업체를 통해 국내 양봉산물 최초로 정제봉독이 유럽 수출길에 올라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이상기후와 농약·전자파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없어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결국 인류도 4년 이상 버틸 수 없게 된다”고 경고하며 꿀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봉독마저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데 사용되는 꿀벌을 소중하게 보존하려는 관심이 필요한 때다. 아울러 국내 양봉산물의 다양한 소재개발과 연구가 든든하게 그 뒤를 받쳐줘야 한다.
앞으로 보여줄게 더 많은 꿀벌의 재발견을 통해 우리 농업에 열릴 새로운 세상을 기대해 본다.
라 승 용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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