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 30℃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이다. 바야흐로 떠나고 싶은 계절, 여름이다. 예년에 비해 빨리 온 더위로 휴가 계획을 세우는 손길들이 바빠졌다.
1년 중 딱 한 번 주어지는 휴가! 여행계획을 짜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설레임으로 가득 찬다. 요즘 여행 트렌드인 걷기와 체험, 환경과 먹거리를 경험하는 것도 놓칠 수 없다.
이렇게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그린 투어리즘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여행지로 우리 농촌마을이 뜨고 있다. 각각의 마을마다 풍성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취향 따라 골라가는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농촌마을로 향하고 있다.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이 아깝다면 경기도 지역 내 농촌마을로 떠나보자.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용문산 자락 보릿고개 마을은 가난한 시절 먹었던 보리개떡과 꽁보리밥 등을 슬로푸드로 되살려 건강한 장수마을로 다시 태어났다. 마을에서 생산한 콩을 맷돌로 갈아 가마솥 순두부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5일장인 용문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비의 늪, 우포 가시연꽃마을은 풍경이 장관이다. 멸종위기 식물인 가시연꽃 군락이 2m의 거대한 잎으로 늪을 뒤덮고, 그 잎을 뚫고 나와 자주색 꽃이 핀다. 갈댓잎 배 띄우기, 풀피리 연주, 풀잎 화살 쏘기 등 풀잎생태놀이는 초·중학생들에게 인기다.
도선국사가 터를 닦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전남 광양 도선국사마을은 광양의 명물, 매실을 이용한 음식이 별미다. 매실백김치 등 다양한 매실음식을 맛볼 수 있고, 풍수지리상 명당에 위치해 다도에서 손꼽는 찻물로 유명한 사또약수터가 자리하고 있어 계절에 따라 만드는 차(茶)를 시음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새콤한 유자향과 바다내음이 어우러진 경남 남해 해바리마을에서 즐기는 바다체험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난다. 한밤 중 썰물에 횃불을 들고 나가 게와 낙지를 잡는 ‘홰바리’와 낮 시간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개바리’ 체험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준다.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고 다른 휴양지와 비교했을 때 손색없는 농촌마을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농촌이 활기를 띄고 있다. 농가소득이라는 경제성을 넘어 농촌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멋과 맛, 흥을 느끼는 문화적 공간으로 진정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땀과 정성으로 일군 땅, 넘치는 정이 존재하는 농촌은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가 지키고 알려야 하는 소중한 환경이다. 뜨거운 여름, 어디로 갈까 고민 중이라면 진정한 쉼표가 있고 재밌는 놀이가 기다리는 농촌마을로 떠나보는건 어떨까.
라승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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