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동물의 생존경쟁과 전통시장

난 TV 프로그램 중 동물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동물들의 최대 관심거리(본능)는 생명연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식량이다. 맹금류인 사자나 호랑이는 힘이 세고 빨라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뿜으며 먹이를 낚아채지만 오래 달리지를 못한다.

반면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들은 각자 체득한 방식대로 육식동물로부터 자신을 지켜가며 살아간다. 그들의 생존방식은 동물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수억년 동안 목숨을 담보로 생존환경에 따라 개선된 방식이다.

상품이 유통되는 전통시장이나 대형유통센터도 동물의 생존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이나 유통센터는 여러명의 상인들과 그들이 유통시키는 상품, 그 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동물들이 먹이를 먹고 그 먹이로 인해 에너지를 얻어 활동하듯이 시장 또한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들이 들고 날며 시장을 채우고, 소비자들은 하루하루 계절과 유행에 따라 변해가는 상품들을 사기 위해 시장을 이용한다.

그러나 대형유통센터가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유통시장에 젖어들어 왔음에도 우리의 전통시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생존방식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전통시장은 자신들만의 생존방식을 찾아야 한다.

 

전통시장을 자주 이용하는 아내에게 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지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조금 불편하지만, 싸고 싱싱하기 때문”이란다. 전통시장은 싸고 싱싱하며 식재료들이 그날그날마다 바뀌며 진열된다. 대형유통센터는 이것저것 한꺼번에 사기에는 편할지라도 순환이 빠르지는 않다.

전통시장은 산지 농민조합, 생산자조합 등과 직거래 방법을 개발해 싸고 싱싱한 물건을 당일 유통시킴으로써 떠나가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야 한다. 동일한 질의 물건 중 싼 것을 찾는 것은 소비자의 본질임을 잊지 말고 이점을 존중하며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역으로 국가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우리나라는 경쟁국들보다 앞서기 위해 세계 각국과 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앞으로는 시장전반에 걸쳐 거센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농산물 분야가 그렇다. 그 한가운데 우리의 전통시장이 서있다. 우리 전통시장의 경쟁상대는 이제 대형쇼핑몰뿐 아니라 전세계일 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 시행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제한의 효과가 전통시장으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것과 그 제도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오는 현 시점에서 우리의 사라져가는 전통시장만이 가진 강점, 흉내 낼 수 없는 유통구조와 소비자들의 신뢰 등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건모 수원시 팔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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