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이 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논개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3년 7월7일, 그녀는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승리한 왜군이 촉석루에서 자축연을 벌일 때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유인해 남강에 함께 투신해 순절했다. 19살 꽃다운 나이에 몸을 바쳐 이룬 논개의 ‘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라사랑의 표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인 변영로는 논개의 분노를 거룩함으로 표현했고, 그녀의 충절을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마음이라고 노래했다. 민족사에 길이 빛날 의로운 죽음으로 추모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논개에게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1976년 우에쓰카라고 하는 한 일본인 건축사가 로쿠스케의 한을 풀겠다며 진주 남강을 찾아 둘의 넋을 건진 후 일본으로 모셔가는 의식을 치루고는 이내 영혼결혼식을 시켰다는 것이다. 논개 추모사업을 통해 한·일간 역사적 화해를 도모하겠다는 명분과 함께 말이다. 더욱이 영혼결혼식 이후엔 일본 루쿠오카현 다카와군의 보수원이라는 신사에 ‘논개사당’이 건립되었는데 이 곳에 로쿠스케의 영정이 함께 있다고 한다. 영혼결혼식을 통해 논개는 졸지에 원수의 아내로 탈바꿈된 것이다.
본디 영혼결혼식이란 죽은 망자들끼리 결혼하는 것이다. 결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청춘남녀의 영혼을 위로하고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을 저승에서나마 이루도록 맺어주는 예식인 것이다.
영혼결혼식을 할 때 한국에서는 망자들도 택일을 하고 사주를 본다. 수십 쌍 사주를 보아도 이루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다. 그만큼 더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 영혼결혼식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각기 배우자가 있었던 적국의 남녀를 영혼결혼시킨 일은 용맹스런 자국의 장수가 일개 여성에 의해 죽임을 당해 자존심에 상처가 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상 역사를 왜곡한 것임에 다름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이혼식이 유행한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잘 헤어지고 각자 새출발해서 잘 살자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는 바로 이혼을 상징하는 ‘개구리 의사봉’으로 결혼반지를 함께 내리쳐 찌그려 뜨린다. 개구리를 뜻하는 ‘가에루’는 돌아온다는 의미의 가에루와 같은 발음을 가지고 있어 이혼의 상징으로 쓰인다.
사랑이 빠진 강제된 영혼결혼식을 통해 애국자 논개가 자신이 처단한 적장 로쿠스케를 사랑한 것처럼 왜곡된 것도 억울한 일이지만, 조국의 원수를 갚고 자존심을 찾겠다고 자기 나라 장수를 죽인 타국의 여인을 국경을 넘은 로맨스의 주인공쯤으로 여기는 우에스카의 소행은 심판받아 마땅하다. 바로 ‘가에루’ 개구리 의사봉이 내리치는 ‘영혼이혼식’을 통해서 말이다.
염 상 덕 수원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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