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전혀 아니다로 귀결된다. 초중고 12년간 틀에 박힌 교재와 참고서에 너무 시달리다 보니 지금의 성인이나 학생들에게 책은 감히 가까이 하고픈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12년간 교재와 참고서에 매달려서 얻어낸 결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도 않다. 대부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남은 것이라고는 겨우 기억의 단편뿐이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공교육에서는 여전히 기득권 유지, 아니 변화의 불편함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이제 천편일률적인 공교육의 대안을 도서관에서 찾아보자.
최소한의 공교육 틀을 유지한 채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도서관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직업이 4만여 가지가 넘어서고 오늘도 새로운 직업이 생성되는 시점에 어떻게 국어, 수학 선생님이 인생의 절대적 멘토가 되어 학생들의 장래를 지도할 수 있겠는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집단 최면으로 오늘에 이른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책으로 가득하다. 국어, 수학선생님의 단편적 지식보다 세상을 좀 더 크고 넓게 바라보게 해 줄 엄청난 스승들이 도서관에는 수만 명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책에 질려버린 학생들은 서가 접근이 아직도 두려운 상태이고 게다가 성적에 담보 잡힌 학생들을 위한다고 부모와 선생님은 교재외의 책을 보는데 시간 할애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인색하다.
이제 모두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한번만이라도 주어보자. 미친듯이 수많은 책을 훑으며 좋아하는 것도 챙겨보고, 삶의 방향을 잡아줄 멘토도 구해보고, 꿈도 꾸어보고.
마침내 그렇게 함으로 나의 앞날이 어렴풋이라도 보인다면 그때부턴 몰입을 통해 좀 더 깊고 넓게 나아가면 그 삶은 분명 성공한 삶이 될 것이다. 잘못된 어른들의 경험을 삶의 잣대로 내세우지 말고 이제는 도서관에서 늘 기다리고 있는 책속의 현인들에게 잣대의 몫을 넘겨주자.
주어진 것에 매달리는 경쟁의 고통대신 창의와 창조로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열어가도록 진정한 힘을 길러주자.
배창섭 인천 율목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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