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귀족들은 적이 쳐들어 왔을 때 앞장서서 싸우는 것을 당연시 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도로, 극장 등의 공공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명예로운 일로 여겼다. 이러한 것들은 자발적이며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영국은 프랑스의 도시 ‘칼레’가 영국군에 반항한 댓가로 6명의 목숨을 요구하였다. 이때 도시를 구하기 위해 목숨 바치기를 자처 한 것은 놀랍게도 가장 부자였던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 라는 인물과 상인, 법률가와 같은 귀족들이었다. 왕비의 간청으로 그들의 목숨은 건졌지만, 그들의 희생정신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것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칭하며 ‘귀족의 의무’를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사회 지도층에게 그 위치에 맞는 높은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물론, 근래에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철강왕 카네기. 그는 기부에도 왕이었다. 그의 기부로 미국 전역에 2천500여개의 도서관이 지어졌고, 기타 교육·문화 분야에도 수억 달러를 기부하였다. ‘부자인 채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이라고 말한 카네기는 미국 기부문화의 시초가 됐다.
워렌버핏은 자신의 재산 85%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함은 물론, 미국의 400대 부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그와 오랜 친구사이인 빌 게이츠 역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였다. 워렌버핏과 빌게이츠의 경쟁적인 재산 기부는 ‘아름다운 경쟁’이라고 불리고 있다. 미국의 고액 기부자클럽인 토크빌 소사이어티 멤버는 2만명을 웃돌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위해 2008년부터 아너소사이어티 클럽(1억 원 이상 기부자클럽)을 창설했다. 6명의 아너로 출발하여 현재 137명의 기부자가 멤버로 가입했다. 그중 인천지역도 12명의 아너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기부는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기부액을 늘려가고 있으며, 또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의 솔선수범은 분명 우리나라의 나눔 문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이들을 인정하고, 존경해줄 수 있는 문화 역시 뒷받침 돼야 한다.
사회의 지도층이 되기까지는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양보 혹은 희생도 있었을 것이다. 지도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인 사회에 자신의 능력을 환원하는 것,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지도층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학봉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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