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천주교,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 ‘주객전도’ 합의
대립·갈등만 키워놓고… 궂은 일은 지자체에 전가 “무책임한 처사” 민심 싸늘
일부 유기농민들과 종교단체의 반발로 지연됐던 4대강 사업 마지막 구간인 두물머리 문제가 이곳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키로 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본보 16일자 1·3면) 정부가 인근 양서면 주민들을 배제한 채 종교계와 일방적으로 협약을 체결해 반발을 사고 있다.
22일 국토해양부와 양평군에 따르면 두물머리 지구 4대강 사업 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지난 14일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과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두물머리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하고, 유기농민들은 지장물을 즉시 철거키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전격 체결했다.
국토해양부와 천주교 협약서에는 정부 예산으로 두물머리구에 영국의 라이톤정원, 호주의 세레스 환경공원 등을 참고한 생태학습장을 조성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협의 당시 두물머리 인근 양서면 주민들과 관할 지자체인 양평군은 제외됐다.
이어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와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 17일과 20일 2차례 회의를 갖고 ‘경기도 및 양평군은 생태학습장 조성을 위해 조속히 협의기구를 발족시키고 계획을 수립·시행하며, 정부는 예산 확보와 협의기구 운영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또 유기농민들은 지장물을 다음달 15일까지 단계적으로 철거하되 공사 시행에 장애가 되는 지장물들은 우선 철거키로 하고, 기존 두물머리 4대강 사업을 위한 산책로와 하천관리용 도로 조성공사도 즉시 시행키로 했다.
시민 김모씨(58)는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사업 구간 중 지자체가 사업을 받아 추진하는 곳은 단 한 구간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립과 갈등만 키워놓고 이제와 힘없는 지자체에 떠 넘기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중앙부처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을 상대적으로 여건이 어려운 지자체가 맡아 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그동안 국토해양부와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일정을 조율해 왔는데, 국토해양부의 일방적인 협약 체결과 사업 떠넘기기로 울며 겨자먹기식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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