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빠름, 빠름, 빠름’을 외치는 광고가 제 세상을 만났다. 현대인에게 솔깃한 광고가 아닐 수 없다. 시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고에서 ‘빠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현대인들의 성향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불편한 것,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조급증을 앓고 있다. 내비게이션의 등장도 이러한 세태가 반영된 제품이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이 목적지를 빨리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지만 낯선 지역의 풍광과 마주할 감동의 순간, 그로인한 추억을 간직하는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불편하고 힘든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는 인내(忍耐)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며, 감동적이고 희망적인 것인가를 전하는 빌 포터의 이야기가 있다.
빌 포터는 선천적 뇌성마비임에도 ‘왓킨스’ 사의 판매왕이 되었다. 영업사원으로 신체적 장애와 어눌한 음성은 환영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생각일 것이다. 빌 포터는 판매를 위하여 방문하는 집마다 구걸하는 걸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조급증 앓고 있는 현대인들
그러나 빌 포터는 사람들의 모욕과 거절에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더 좋은 제품으로 찾아오라는 뜻이다.” 결국 사람들은 빌 포터의 이러한 노력과 근면함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빌 포터가 장애를 극복하고 왓킨스 사의 판매왕이 된 힘의 원천은 인내요 열정이었던 것이다. 빌 포터는 빨리 무엇인가를 이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디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신념 하나뿐이었다.
빌 포터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끝까지 인내하라”란 자기 주문(呪文)을 되뇌었다고 한다.
빌을 채용한 왓킨스 사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영업사원들도 꺼리는 영업지역을 그에게 배정했다. 그럼에도 빌은 어떠한 악 조건에도 불구하고 쓸 수 있는 왼손 하나만으로 샘플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15㎞를 돌아다니며 가가호호를 방문했다. 그는 영업지역에 속한 집들은 단 한 집도 빠트리지 않고 3개월을 주기로 하여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구걸하는 장애인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빌을 외면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근면함에 감동했다. 그러니 판매 실적도 꾸준히 향상됐으며 24년만에 왓킨스 사의 서부지역 판매왕으로 선정된 것이다.
정상인들이 뇌성마비의 빌에게 판매왕의 자리를 내준 것은 무엇이었겠는가? 신체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하려한 빌과 같은 인내심이 부족했던 탓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빌 포터가 더욱 위대한 것은 그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였다는 점이다. ‘도어 투 도어’의 저자 셸리 브레디(Shelly Brady)는 고교시절 빌 포터의 판매물품 배송을 돕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빌과 함께 일을 한 셸리 브레디는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빌이 할 수 있다면 나도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자신을 독려했다고 한다. 빌 포터야 말로 절망적 상황을 인내로 극복하고 희망을 전파한 사람이다.
인내의 미학이 필요한 때
영국의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은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사이의 궁극적인 차이는 인내다”라고 했다. 세상만사가 빨리 그리고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라.
“내가 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못할 이유가 없다!” 빌 포터는 이렇게 빠름에 중독된 우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리라.
김용국 (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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