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책이 가까이하기 어려운 대상이 된 것인지 안타깝다. 특히 한국에서 책에 대한 접근이 더 어려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몇 해 전 일본을 여행하면서 본 모습으로 지하철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책 한권씩을 들고 열심히 읽어가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런다고 그분들이 교과서를 읽는 것은 아닌데 한국에는 책을 교과서적인 의미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시된다. 책이 진정 친근한 벗이 될 수 없을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도서관을 한번 둘러본다면 책에 대한 고정적 인식은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책 중에는 교과서도 참고서도 아닌 재미도 있고 인생의 멘토가 될 만한 책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러면 간식이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듯이 주변에 쉽게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을 많이 만들면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는 것이 쉽지 않을까?
다른 나라의 도서관 이야기를 살펴보면, 지난 2006년 미국도서관협회의 홈페이지에 ‘미국 도서관에 대한 10가지 놀라운 사실’이라는 게시물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는 맥도날드보다 공공도서관이 더 많고, 미국 공공도서관 회원 수는 아마존 회원의 5배이며, 미국인들이 도서관을 출입하는 횟수는 영화관에 가는 횟수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미국인들은 스낵바에서 보내는 시간의 3배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내며, 한 해에 판매되는 스포츠 게임 티켓이 2억400만장인데 비해 도서관은 매년 11억명 이상의 이용자가 찾는다는 내용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시간의 7배를 그들의 자녀를 위해 학교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데 보낸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초강대국 미국의 진정한 힘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일찍이 이런 훌륭한 도서관의 기능을 알기에 철강왕 카네기는 사재를 털어 2천500여개의 도서관을 전 세계에 세우기도 했고 금세기 최고의 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시자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라고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늘 가까이에 있으면서 재미있는 존재이고 책이 가득 찬 도서관이 어디서나 걸어서 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집에서나 대중교통 어디에서나 도서관 장서인이 찍힌 책을 든 아름다운 손을 많이 발견하고 싶다.
배창섭 인천율목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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