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조화시키며, 여러가지 공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국토의 정원사로, 문화 전통 지역사회의 보존자로, 그리고 환경생태계의 파수꾼으로 농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혜택으로 아름다운 강산과 경관, 그리고 산하에 가득한 맑은 공기, 깨끗한 물까지 농업은 저절로 우리네 인심을 순화시키고 고향을 사랑하게 만든다.
이렇게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 역시 농업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농업을 외국 농업에 비해 비능률적인 산업, 그것을 생산하는 농촌은 비효율적인 일터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동안 우리는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쏟아냈지만 아직도 우리 농업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농가의 낮은 소득은 농가수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농촌의 노령화 현상을 가져와 우리 농업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기상이변과 온난화로 인한 수확량감소, 품질저하, 원유가 인상으로 인한 경영비 증가로 안정적 농산물 생산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FTA를 비롯한 여러가지 국제협약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면초가란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대로 농업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기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농업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환경변화에 걸맞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전통적인 역할은 점차 감소하고, 과학기술의 발달, 정보화 사회, 경제발전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관의 확대 등 농업에 요구되는 역할과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첨단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농업부문에도 영향을 미쳐, 21세기는 기술·경영·정보가 주도하는 신농업혁명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미 선진국의 경우는 고부가가치 농업이 전개됨에 따라 농촌사회에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즐기면서 농사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젊은이들은 벤처형 농업에 참가하여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 비즈니스 감각, 시장원리가 농업의 성장과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과 경쟁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에 부응하여 농업의 시장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농업도 경제적 효율성과 가격경쟁력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가격과 품질이 모두 고려된 종합적인 시장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인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틀을 튼튼히 마련해야 한다. 생산된 농산물을 단순히 포장, 껍질만 벗겨 상품화하는 기존의 가공으로는 소득을 올릴 수가 없다. 소비자의 구미에 맞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 각기 다른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기능화하는 동시에, 농업과 농촌을 테마로 한 체험농장을 만들어 상품화해야하며 IT, B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판매 전략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이를 실천한다면 우리의 농업은 비능률적이고 비효율적인 테두리에서 벗어나 고소득을 창출하는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발전하리라 전망한다. 지속적인 농업의 발전을 위해 친환경 농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물론, 믿음을 바탕으로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는데 한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농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아낌없는 성원과 재정적 지원 또한 뒷받침 되어야 한다. 농업이 국민 모두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열 경기도 친환경정책팀장·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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