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농업의 미래를 꿈꾼다

며칠 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에서 사형수의 장기를 적출해 밀매를 일삼을 뿐 아니라 수감된 종교계와 반체제 인사들의 장기도 적출해 밀매를 위해 비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뉴스를 읽었다. 장기 기증 부족으로 초래되는 심각한 사회현상의 단면을 보는 듯 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반면 장기기증자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장기이식대기자수 중 약 10% 정도만이 장기를 이식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장기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종장기, 인공장기, 줄기세포, 생체조직공학을 이용한 조직 재생법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이종장기 이식은 부족한 장기를 무한정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종장기이식은 1960년대에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신장 및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영장류의 경우 번식이 어렵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이종장기 공급원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이후 장기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고 형질전환 및 번식 및 사육이 가능한 돼지를 이종장기의 공급원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와 돼지를 이종장기 공급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 결과, 2009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초급성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어된 돼지 ‘지노’가 태어난데 이어 2010년에는 초급성 및 급성 면역거부반응 유전자 2개를 동시에 제어한 ‘믿음이’, 2011년 급성 혈관성 면역거부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인간유전자가 도입된 ‘소망이’가 잇따라 태어났다.

올해는 지노의 후손에서 심장과 신장을 떼 원숭이에게 각각 이식해 본 결과, 원숭이가 25일 가량 생존해 초급성면역거부 반응은 제대로 제어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이종장기를 이식하면 초기 급성 단계에 이어 급성, 세포성, 만성의 순서로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중 초기 급성 단계만 일부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종장기이식용 돼지를 생산하고 그 장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단순 생산에 한정되었던 전통 양돈업이 1차 산업에서 벗어나 가공(2차 산업)과 의료서비스(3차 산업)가 합쳐진 고부가가치 복합산업체제 6차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장 원 경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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