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의 갈 길

통합, 통합.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듣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통일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통합이라는 말은 거의 듣지 못하였는데…. 그만큼 우리 사회가 통일보다는 통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즉 남북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통합의 문제가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갈등이 줄어들기보다는 더 심화되는 모양이다.

갈등의 현장을 보자. 어느 점이 통합이 안 되는가? 우선 계층, 이념, 지역, 세대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양극화가 커지다가 보니 사회가 벽을 넘을 수 없는 이중 구조로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념도 심각하다. 자유민주주의를 합의로 출범한 합법정부임에도 이를 부정하는 집단이 자유만능주의에 입각해 존립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좌와 우의 문제로 변질하고 있다. 세상에는 동서남북이 있다. 단지 땅의 다름일 뿐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우려되는 상황을 뒤늦게 인식하고, 현 정부는 대통령 소속의 사회통합위원회를 뒤늦게 발족했다. 대한민국의 고질적 갈등의 문제를 풀어보자는 이야기이다. 혹자는 위원회가 금방이라도 우리 사회의 토착화한 것 같은 갈등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였는지 모르지만, 오래 묵은 갈등이 어떻게 한 두 해만에 해결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사회지도층을 중심으로 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지도층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뭔가 나눠야 하지 않느냐 하는 도전을 하게 되었다. 진보와 보수가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대화의 모습이 있었다. 특히 세대의 벽을 넘어서 기성세대가 젊은이들과 소통해보겠다는 안쓰러움도 있었다. 적어도 사회통합위원회는 그간 짧은 기간임에도 통합의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한다. 이제 씨앗에 싹이 솟도록 잘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두 가지를 제언해 본다.

하나는, 위원회의 구성원이 더욱 다양해야 한다. 사회지도층 위주의 구성에서 벗어나 소위 보통사람들도 위원에 포함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양복 입은 신사만이 아니라 작업복 입은 노동자도 함께 해야 계층의 통합은 더 널리 퍼질 수 있다.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지역분과는 지역의 풀뿌리 대표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세대분과도 마찬가지이다. 위원은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골고루 구성되어야 한다. 장년층만이 모여 젊은층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울러 지역협의회 역시 중앙의 4개 분과처럼 계층·이념·지역·세대의 분과를 감안하여 복합적으로 구성해야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 통합의 문제는 지역의 현장에서부터 출발해야 지속 가능한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통합을 위한 위원들의 자세이다. 통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에 역지사지의 정신과 실천이 필요하다. 계층 통합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사람이 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념에서도 소수 그룹의 이념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소통의 문이 열린다. 지역에서도 낙후된 곳의 발전이 있어야 균형 성장이 가능하고 승수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통합은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지난 시대의 과제일 뿐 아니라, 지금 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 만큼 우리 사회에서 분열과 갈등이 극심하였다. 솔직히 우리는 도 아니면 모의 양단 택일의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 시대에서는 이를 탈피해야 한다. 통합, 융합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사회통합위원회가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착실히 한 발 한 발 나아가기를 바란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송준호 안양대 교수 사회통합위 경기지역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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