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후다닥 하천

1990년대 중반쯤에 한국유네스코에서 주관한 환경지도자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수원으로 견학을 갔었다. 그때 나는 지금의 염태영 수원시장의 사무실에서 하수도나 다름없는 수원천의 희망을 보았다. 그런 희망은 수원시민의 희망으로, 다시 관민의 공동열망으로 변해가더니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으로 확대시킨 우리나라 최초의 하천 살리기 모범사례가 됐다. 1996년에 시작된 복원사업은 지난 4월 매교에서 지동교 사이 780m를 걷어내면서 18년 만에 완성됐다. 그러면서 수원시민들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라고 말한다.

지금의 정부만큼이나 하천에 관심이 많은 경우도 드물 것 같다. 서울시장 시절에 청계천 복개를 뜯어내고 공원하천을 만들었던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한다고 하다가 안 되겠다며 ‘4대강 살리기’로 바꿔 임기 내내 하천 공사에 몰두했다.

수원시 사례에 비춰보면 정부는 매우 성급하게 하천사업을 추진한다. 한마디로 ‘후다닥’이다.

나는 수원천 복원사업 초기부터 부러웠고, 그런데 반해 우리 동네(부평)를 가로지르는 굴포천은 공단 폐수와 생활오수로 악취가 너무 심해 지나칠 때마다 짜증스러웠다.

 

그러다가 2000년 생각을 바꾸고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과 운동을 시작했다. 결국 인천광역시는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2006년에 시작해서 1년 만에 굴포천 일부 6.6㎞ 구간을 청계천처럼 한강물을 끌어다 용수로 쓰는 방식으로 공사를 완성했지만, 이것도 ‘후다닥’이다. 수원천, 전주천 등 몇 선진사례를 제외하고는 대개 그 도시의 자치단체장의 임기 내에 하천공사는 후다닥 해치운다.

하지만 독일 엠셔강은 다르다. 100여년 간 독일의 석탄과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루우루 공업지역의 탄광과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흐르던 엠셔강을 1990년쯤부터 30년간 계획으로 ‘하천 살리기’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엠셔강에 흘러야 할 물을 자연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 건물이나 주차장 등에 빗물지하 침투시설을 설치하고, 이 빗물이 지하수가 되고 다시 하천으로 흘러들어 와 유지용수가 되는 물순환 방식을 적용한 ‘하천 살리기’를 약 20년간 추진하여 겨우 2㎞의 소하천 하나를 완성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30년 계획으로 본류 20㎞ 구간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물순환이 되는 엠셔강을 되살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더딘 변화가 철강산업의 사양화로 폐허가 되어가던 루우루 지역이 이제는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변해가며 생태관광의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천은 하천다워야 한다, 엠셔강 살리기는 철저하게 자연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박남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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