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대한 농부들에게 감동 받다

지난 며칠은 나에게 감동과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경기도 농어민대상 후보자들과의 만남 덕이었다. 계속 이어진 출장 강행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농업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감동시켰기에 마음만은 풍성한 황금빛 가을 들녘 그 자체였다.

처음 만난 분은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올 만큼 깔끔하게 농사를 짓고 계셨다. 작업장, 농기계 정리는 물론 과일 선별장에 있는 포장지까지 대, 중, 소끼리 가지런히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는 농사를 이렇게 깔끔하게 짓는 분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농장에 들어선 순간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이 분은 나무를 사람에 비유하여 대화하고, 5년마다 주지, 측지를 갱신하여 좋은 품질의 배가 생산될 수 있도록 과원정리를 하고 있었다.

특히 수확 시 대과비율을 높이기 위해 총 4회에 걸쳐 수확을 하고, 포장작업은 주인장이 직접 하나하나 흔적유무를 따져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선별포장을 마쳐 소비자에게 보낸단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재배한 배는 얼마나 맛이 있을까? 궁금했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맛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두 번째 감동은 국내에서 최초로 절화 안스리움을 재배하는 농민 분에게 받았다. 농장을 방문했을 때는 허리수술로 인해 다소 불편한 자세가 마음에 걸렸지만 안스리움에 대한 재배법 및 유통방법을 설명하실 때는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시면서 설명하기 바빴다.

특히 유통분야에서는 남과 다른 차별화방법으로 안스리움 경매 시 최고가를 기록하는 방법을 귀띔해줬는데, 유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일부 시장에서는 지금도 속칭 ‘속박이’라고 해서 소비자를 실망시키는 부분이 있는데 나에게 알려준 경매 최고가의 비법은 바로 상품 출하 시 포장 과정 중에 상처가 발생한 것은 ‘상처난 것’이라고 따로 표기하여 일반 상품과는 차별되게 유통하여 중도매인이 믿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었다.

소비자는 물론 중간 유통 경매상도 배려하는 것, 아무나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일이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나와 관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 분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처음에는 농어민대상 후보자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어떻게 점수를 부여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나에게 있어 1등과 2등은 중요하지가 않다. 모든 사람들이 다 1등이기 때문이다. 과수, 화훼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겸손하고 이웃하고 벗하면서 어려운 농가를 위해 솔선수범하여 선진기술을 전수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후보자들을 만나는 동안 내가 왜 그렇게 작아지는 느낌인지, 부끄러워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을 때도 여러 번 있었다. 큰 깨달음을 준 농어민 대상 후보자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해당 분야의 최고로 남아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배소영 경기도청 친환경농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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