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문화는 내가 속한 지역과 나의 정체성이 일치하는 문화다. 그리고 문화의 생활화를 특징으로 한다. 파편화된 개인들의 집합인 거대 도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문화가 동네문화다.
서울이 예술의전당을 비롯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들이 많아 문화가 풍성해 보이지만 동네문화는 오히려 농경사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수도권 주변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평군 서종면은 인구 7천400명이다. 초등학교 2개교, 분교 1개교, 중학교 1개교에 학생이 544명인 전형적인 전원도시다. 이 면에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우리동네음악회’가 면사무소 강당에서 열린다.
2000년 4월, 서종초등학교 강당에서 시작된 우리동네음악회는 오는 13일에 열리는 합창공연으로 126회를 맞는다.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에 의해 연평균 10회 정도 열린다. 어른 1천원, 어린이 5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등에 업힌 갓난아기부터 노인에 이르는 동네 사람들과 소문을 듣고 멀리서도 찾아오는 우리동네음악회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중학교 자원봉사 학생들이 장내정리와 안내를 한다. 13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동네음악회는 양평군을 대표하는 동네문화가 되었다.
지난 8월에 트리니타스 챔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송영규는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조용히 집중해서 듣는 것은 처음 본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리동네음악회의 고정 관람객인 어린이들은 이제 어떤 클래식 음악도 차분히 들을 줄 알 만큼 경험을 쌓았다.
예술이 경험재라는 것을 우리 동네음악회의 어린이 관람객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동네문화는 참여하는 문화이고, 문화가 생활의 일부인 문화다. 거창한 연례행사보다는 매월, 매주 접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이 문화의 생활화를 앞당길 수 있다.
문화는 소비재이기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재이다. 어려서부터의 문화적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문화가 교양이 되는 체득화된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서종 어린이들은 전국의 그 어느 지역 어린이보다 일찍부터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가 가까운 주변에서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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