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성공한 시장을 위하여

손일광 인천 본부장 iks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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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5기 송영길 인천시장의 취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임기 2년이 지났다. 취임 1년 전만 해도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면서 국회의원티를 벗지못한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유연하게 자신감을 갖고 열성적으로 시현안을 조금씩 해결해 가는 것을 볼 때 정치인으로도 한 단계 도약한 느낌이 든다.

인천을 이끌어가는 수장이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시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내심 걱정되는 부분도 적지 않아 몇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2년 뒤 또다시 ‘실패한 시장’ 때문에 280만 인천시민들의 자존심이 상할까 걱정돼 ‘실패한 시장과 성공한 시장’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시민 모두가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현직 세계 주요도시 시장 중 가장 성공한 이는 누구이며 가장 실패한 사람은 누구일까? 전문가들은 그 전자로 장 티베리 파리시장과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을, 후자로는 워싱턴 D·C의 매리온 베리 시장을 꼽는다.

장 티베리가 시장으로 취임한 지난 95년 파리시의 살림은 요즘 인천과 흡사했다. 전임 자크 시라크시장이 대통령이 되었지만,파리시의 살림살이는 부도직전이었고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경기장 건설을 비롯한 현안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티베리 시장은 우선 시차원에서 실직한 젊은이 500명을 고용하는 등 ‘경제회생’에 총력을 쏟았고 공무원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환경과 복지 향상에 정성을 쏟았다. 보도 턱 1만개소를 제거, 장장 250km에 이르는 뒷골목길까지 휠체어 통행이 가능하게 했고 ‘인간의 얼굴을 한 도시화’ 정책에 따라 쾌적한 도시 건설에 성공했다.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94년 취임 첫날 밤 폭설이 내리자 환경미화원들과 밤을 꼬박 새워 도로에 쌓인 눈을 말끔히 치워 출근길 시민들과 언론까지 놀라게 했다. 그는 대기업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특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에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도 했다.

반대로 매리온 베리 워싱턴시장은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정치의 도시’ 시장답게 모든 시정을 자신의 차기선거 출마와 연계해 수행했다. 덕분에 흑인들의 지지를 받아 4선이 됐지만 지방자치 24년만에 워싱턴 D·C는 ‘쇠락의 세월’만 거듭했다. 시 인구 20%에 달하는 12만 여명의 부유층들이 강건너 버지니아 등 타주로 이사를 가버려 세금을 제대로 거두지 못할 형편이다.

일시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인간가치를 지향하며 개혁을 추진한 파리와 뉴욕 시장은 성공했고, 재선을 의식해 선심행정을 일삼은 워싱턴시장은 실패한 케이스이다. 물론 지금의 인천실정과 확연히 다르지만 참고해 볼만한 대목들이다. 송영길 시장의 취임 절반이 지난 지금 인천은 이들 도시보다 훨씬 재정이 어렵다. 무려 2조7천20억원이라는 빚 때문에 부도직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의 일부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을 넘어 땅바닥에 엎드려 몸을 숨긴 신토불이 상태이다.

타 시·도에 비해 ‘장사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이다. 걱정이 아닐수 없다.

박세리의 옛 레슨프로 리드베트와 캐디 케이블이 그랬듯이 송 시장은 시장직을 걸어놓고, 시공무원을 때로는 채찍질하고, 때로는 새로운 인물로 조련해야 한다. 표심따위는 의식하지 말고 좀 더 솔직하게 시민들의 도움도 청해야 한다. 인천을 발전시킬 방안은 시민이 갖고 있다. 지역 대학생을 상대로 놀라운 규모의 상금을 걸고 아이디어를 공모해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무수하게 나올지도 모른다. 인천시는 좋은 안이 나오면 빛의 속도로 실행하면 된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미국 GE사 잭웰치 전 회장의 말이다.

아무쪼록 송 시장이 앞으로 남은 2년간 시정을 이끌고 가는 데 즐거운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시장이 행복하면 시민들도 행복해질 것이 아닌가. 2년 뒤 민선5기 임기를 마치는 송영길 시장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손일광 인천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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