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GCF는 경제가 아니라 환경이다

지금 인천에는 ‘GCF 송도 유치 확정’이라는 홍보현수막이 거리를 도배하고 있다. 우리 동네 부녀회 이름으로도 걸려 있다. 중년의 이웃집 아저씨가 ‘GCF’가 뭐냐고 묻는다. 영어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녹색 기후 기금’이라는 유엔 산하기구 명칭의 약자라고 대답했더니 기후에도 무슨 색깔이 있느냐고 질문이 이어졌다.

영어에서 그린(green)은 ‘녹색’이란 뜻 외에도 자연의 색깔로 해석하기도 하고, 하다못해 골프장 잔디도 그린이라 부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를 환경과 평화로 해석하고, 우리나라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대개의 선진국에서 정당 중 녹색당 등에 나오는 녹색은 자연환경보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지구는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고 있는 산업구조로 굳어져 있어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로 인해 기후가 악화되어 가뭄과 홍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지구 양극의 빙하나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바닷물이 온도상승으로 팽창되어 해수면이 상승해서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남태평양의 투발루, 키리바시섬이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기후환경의 변화로 인한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금이 없어서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에 선진국이 기금을 모아 지원하는 것이 녹색기후기금이다. 이를 관장하는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두기로 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GCF 사무국 설치로 인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앞장서서 추진해야 할 입장이고, 세계적인 자연환경보호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순위 세계 7위인데 개발도상국으로 분리되어 감축의무가 없었는데 이제는 피해갈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정리하기보다는 ‘GCF’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연 몇천억원이라고 방향이 엇갈린 홍보를 첫머리에 내걸고 있다. 기후변화를 대처할 사무국이 있는 나라에서 기후를 악화시키는 정책·제도를 방치한다면 정부에서 자랑하는 국격 상승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에 지원할 제도를 이용해 단물만 빼먹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4대강 토목공사를 녹색성장이라고 우겨봐야 자연 그대로를 보호하자는 인류 보편적 시각에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몇 년 전 중국의 윈난(雲南)성 푸민(富民)현 라오서우산(老首山) 채석장 암벽 전체에 녹색 페인트를 칠해 놓고 녹화사업이라고 해서 세계를 웃겼던 적이 있다. 이제는 한국이 제대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녹색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남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