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안산에 있는 경기도 미술관에서 공연을 하고 왔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극단과 광주시 청소년극단 고등학생 49명이 함께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뮤지엄에서 만나는 예술공연’에서 뮤지컬 갈라쇼와 인간조각 퍼포먼스를 하던 날 가을비가 제법 세차게 내렸다.
음향과 무대를 설치하고 점심식사 할 식당을 알아보는데 많은 인원을 수용할 마땅한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주변 상가를 배회하다 우연히 무한 리필 고기 뷔페가 눈에 들어왔다. 공간도 적당하고 가격도 저렴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모두 좋다고 난리들이다.
대부분의 고기가 수입산이었지만 잡채, 초밥, 과일 등 제법 먹을만한 메뉴들이 마음에 들어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가하던 식당은 우리 아이들로 만원을 이뤘다. 우리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 할까봐 걱정됐지만 즐거워하는 학생들과 접시를 들고 음식을 고르기 시작했다. 서로 선생님 옆에 앉겠다며 고기를 담아와서 굽기 시작한다.
일부 음식은 금새 동이 났고 종업원들은 우리 학생들의 엄청난 먹성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였다. 두 번, 세 번 아이들의 음식나르기가 계속될수록 나는 종업원의 눈치를 살폈다. 이러다가 이 식당 망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식탐은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나서야 아이들의 ‘고기 뷔페 습격사건’은 끝났다. 계산을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자 식당 주인은 오히려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 때문에 좋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요즘 청소년들이 이기적이고 편식과 음식 투정이 심하다고 하지만 모두가 모여 식사를 해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필자는 가끔 아이들과 휴일에 연습하면서 각자가 집에서 가져온 밥과 반찬들을 큰 그릇에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벼먹는데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들 먹는다.
서로가 서로의 밥을 퍼주고 비비느라 고생한 친구들의 실력에 감탄하며 맛있게 먹는다. 아이들의 음식투정이나 편식은 함께 어울리며 음식을 나누는 대가족 제도가 TV를 앞에 두고 대화없이 혼자 밥을 먹는 핵가족 제도로 변한데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함께 밥을 먹으면 강한 동질감과 유대감이 형성된다. 개인주의적 모습은 사라지고 남을 배려하며 음식을 서로 권하는 공동체의 모습이 형성된다. 그렇게 먹는 밥은 맛도 좋다. 자신들이 만든 비빔밥을 선생님이 맛있게 먹어 주는 모습 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해 한다.
우리 아이들의 ‘고기 뷔페 습격사건’도 고기 자체의 맛 때문이라기 보다 비오는 날, 선생님과 함께 고기를 구어 먹으면서 느꼈던 그런 감정 때문일 것이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청석시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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