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선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선택이다.
우리 자신은 물론 후세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선택이기에 고민이 더 깊어진다. 그런데 선택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그동안 잘못된(?) 선택으로 실망해 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때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컸다.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기에 경제만큼은 확실히 살려내 서민과 중산층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거라 믿었다. 특히 ‘7%의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747공약’은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임기말에 이른 MB정부의 성적표는 기대와는 달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비단 MB정부만이 아니라 그 이전 정부들도 실현불가능한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시켰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18대 대선 후보들도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 않나 꼼꼼히 살펴볼 때다.
자본주의는 자본 즉 돈(예산)의 흐름과 분배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과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잘 아는바 MB정부는 4대강 사업에 공식적인 예산만 22조원을 쏟아부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치수(治水)는 물론 경기부양 효과가 큰 건설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하지만 22조원의 경기부양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예산집행의 적정성과 투자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는 22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낡은 화장실과 샤워룸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전국 초중고교의 교육환경 개선에 투입했다면, 얼마나 훌륭한 치적(?)으로 남지 않았을까 이야기한다.
이제 또 새로운 선택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공약과 약속을 들여다보면 역시 환상적인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누가 되더라도 대한민국은 복지천국이 되고, 취업 못하는 백수가 사라지고,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잘돼 생계걱정이 완전히 없어지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해 되지도 않을, 이루지도 못할 달콤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 않나 걱정이 앞선다.
국민들을 속이는 것인지 아니면 또 속아주길 바라는 것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수십, 수백조원에 달하는 예산조달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직 어디어디에 수조, 수십조원씩 쏟아붓겠다는 예산투입 계획만 거창하게 늘어놓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발 이룰 수 있는 공약만 제시하고, 또 예산의 효율성과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행가능한 정책을 약속하길 바란다. 더 이상 국민들은 대통령 한 사람이 일거에 모든 국민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에 진입시킬 것이라 믿지 않는다. 이제 국민들은 ‘신(神)’이 되어줄 대통령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는 국민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도록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보듬어 줄 대통령을 필요로 한다. 당선만을 위해서 허황된 신기루와 같은 공약을 내세우기 보다 형편에 맞는 솔직한 약속을 하는 후보를 위해 표를 던지고 싶을 뿐이다.
최근 한 송년모임에서 기업인 한분이 “아싸 가오리”라는 건배구호를 외쳤다. 비록 속어(slang)이지만 꽤나 즐거울 때 또는 흥겨울 때 흔히 쓰는 표현이 아싸 가오리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올바른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며 그 분이 외친 ‘아싸 가오리’의 풀이는 이렇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가식없는(짝퉁이 아닌) 오리지널 리더가 되자.”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아싸 가오리’를 뽑아 진짜 “아싸 가오리”를 외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정 석 기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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