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국내에 상륙하는 해외 공연물은 많지 않았다. 인지도가 높은 세계적 공연장에서 작품성이 검증되고 흥행에 성공한 공연물들이 선택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품은 주로 서울의 대형 공연장 무대에 올랐고, 환상적인 무대예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라이선스공연을 즐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써가며 서울 나들이를 감행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물론 공연의 감동은 이런 이들의 입을 통해 지역에도 널리 번져나갔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해외의 대형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첨단 장비와 시설을 보유한 지방 공연장이 늘었다. 이는 95년 도입된 지방자치제도의 산물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 시민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이들이 날로 많아지는데다 경제력의 향상에 따른 문화자본의 축적과 이에 기반 한 시민의 욕구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추이에 발맞춰 여러 공연장이 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게 많다. 이따금 지방 공연장을 찾아가보면 특히 무대기술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어떤 공연장은 아예 상주하는 무대예술 스텝조차 확보하지 못해 공연장 근처의 전파사 또는 목공소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다.
‘공연장의 숨은 일꾼들’이라고 일컫는 무대예술 스텝은 복잡한 무대시설의 운영과 안전사고를 책임져야 하는 매우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무대감독, 조명, 음향 등 어느 한 분야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모든 분야의 스텝들은 관객이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시간 내내 초긴장 상태에 시달린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공연이 중단 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났다 해서 이들 임무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되레 더 바빠지기도 한다. 다음 공연 일정이 촉박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무대장치, 조명기기, 음향기기 등을 철거해야 한다.
무대예술 스텝과 디자이너들의 땀은 고스란히 완성도 높은 공연작품으로 승화된다. 각종 조명과 특수효과 장치로 무대를 신비스럽게 만들고, 미디어와 특수영상 기법으로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공연에서 무대 스텝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더욱 크고 무거워지고 있다. 하나의 공연이 완성되는 것은 좋은 기획이나 자본뿐 아니라, 공연 현장에서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무대예술 스텝에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중은 날로 커져 이제는 ‘공연장의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노 재 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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