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난을 넘어서는 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반고흐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2007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린 이래 두 번째 전시회인데 반고흐가 2년 동안 살았던 파리시절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제가 반고흐라는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평생의 후견인인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 덕분입니다.

돌아가신 법정스님께서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 50권 중의 한 권으로 꼽은 책이기도 합니다.

반고흐는 37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가 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879점의 작품을 그렸지만 판매된 작품(유화)은 그가 죽던 해에 판매된 1점에 불과했습니다. 당연히 평생 가난과 씨름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면서도, 시대에 영합하는 잘 팔리는 그림을 그리기를 거부하고, 자연과 인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림이란 게 뭐냐?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건 우리가 느끼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철벽을 뚫는 것과 같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그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인내심을 갖고 삽질을 해서 그 벽 밑을 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정신이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그를 위대한 예술가로서 이끌어 준 것이지요. 책을 읽는 내내 제 삶이 돌아다 보였고 부끄러웠습니다.

어렸을 적 가난이 너무 싫었습니다. 중ㆍ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복이 헤져서 엉덩이 부분을 여러 번 기워 입고 학교에 가야 하는 것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일 년 내내 용돈 한 푼 없어 친구들이 빵이나 라면을 사먹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싫었습니다. 이것은 고스란히 열등감으로 이어져 부자 아이들 앞에 서면 주눅이 들곤 했습니다.

이런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20대 중반쯤 친한 선배로부터 ‘그 가난이 오늘의 너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아도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이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저를 격려하는 얘기였습니다. 선배의 얘기를 들으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명료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고난 속에서도 인내하며, 온 힘을 다해 자기의 길을 걸어간 고흐를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둡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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