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헐 3.

선천적인지, 후천성인지

어릴 때부터 눈앞에 뵈는 게 없었다

안경을 썼지만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이러다가는 멀지않아

장님이 되겠다 싶었다

공부는 꼬레비를 해도

밤마다 창가에 앉아

하이네, 릴케,

소월도 만났다

강물처럼 흘러간 세월

배는 고팠지만

제법 책 꽤나 써냈다

내일 모래면 고희(古稀)

눈이 자꾸 감긴다

안약을 넣어도 자꾸 감긴다

이러다간 정말

눈앞에 뵈는 게 없을 것 같다.

구자룡

경기 여주 출생

시집 <그대 복사골을 사랑한다면> 등 26권

동화집 <햇님나라 구경 간 채송화> 등 11권

수필집 <똥기저귀 빠는 남자> 등 7권

<부천시인>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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