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 좀 거창한 듯하다. 그런데 그 발상은 일상의 소소한 일에서 출발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쓰레기문제는 어떻게 버려야 하는가? 어디에 버려야 하는가? 언제 버려야 하는가? 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버려진 쓰레기들을 성상에 따라 분류하여 보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가장 심각한 것은 무단투기의 문제이다. 무단투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종량제봉투 사용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단투기는 절대로 자신의 집 앞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꼭 이웃집의 문전에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버려진다. 이는 낮밤을 가리지도 않는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생활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시민의식의 문제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무단투기, 범죄다

심지어 도시의 쓰레기가 농촌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 정도면 막가자는 것이다. 쓰레기의 무단투기는 범죄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이 시작되었다. 쓰레기문제를 두고 진정한 민관협치도 시작되었다. 쓰레기를 주제로 하는 초록마을대학의 개강을 통해서다. 이 사업은 행정이 먼저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에 제안한 것이었다. 이변이 아닐 수 없다. 행정이 먼저 고민하고 시민단체에 협의와 협력을 구하는 사업이 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경기도의 박신환 국장님과 행정에 고마움을 전한다. 초록마을대학은 이런 면에서 기존의 마을만들기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쓰레기라는 구체적 주제를 가지고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차원 높은 마을만들기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도시는 도시의 환경에 맞는 마을만들기, 농촌은 농촌의 형편에 맞는 마을만들기, 도농 복합지역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마을만들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로 인간사를 돌아본다

또한 초록마을대학을 통하여 쓰레기가 좋은 의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방안과 배출하는 방법에 대하여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구체적 실천으로 쓰레기의 성상에 따른 배출법에 대하여도 공부하였으며 이를 전파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버려진 것들이 우리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거울임을 알았다. 버려진 것에서 버려서는 안 될 것을 발견하였고, 버려진 것들 속에서 재사용해야 하는 것들과 재활용해야 하는 것들을 선별할 수 있는 시각이 열렸다. 어쩌면 쓰레기문제를 통하여 인간사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 듯하다.

환경의 문제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집현전의 수찬(修撰) 이선로(李善老)가 세종께 “궁성의 서쪽에 저수지를 파서 물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개천에 오물을 버리는 행위를 금지하여 개천물을 깨끗이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라 진언하였다는 기록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 쓰레기와 사랑과 전쟁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는 슬로건은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한 내일을 염원하는 경기도와 초록마을대학의 바람이며 의지의 표명이다. 평택에서는 분리수거를 통하여 지역 어른들의 용돈이 마련되고 있으며, 부천에서는 쓰레기의 성상분류를 지역 프로그램으로 실행하고 있다. 수원의 한 지역에서는 쓰레기로 예술품을 창작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기도 13개 시군의 주민들이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중이다. 주민들이 마을을 구하고, 마을이 지구를 구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김 용 국 문학박사 (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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