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년도 지역건강보험료의 산정기준이 되는 소득, 재산 등 자료들이 새로이 반영되어 대부분의 보험료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 공단 민원실과 전화는 북새통을 이룬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재산에 대한 보험료는 늘었다”, “깡통주택에 살고 있는데 보험료가 왜 이리 많이 나오냐?” 는 등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라는 상황 때문인지 유독 재산에 대한 보험료 변동에 항의가 많다.
집이 있다고 소득이 생기는 건 아님에도, 우리나라 건강보험료는 재산에 대한 부과액이 총 보험료의 61%로 대단히 높다. 우리와 현실이 비슷한 일본의 재산에 대한 비중이 10% 이하이고 대부분 나라에서 재산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점을 감안할 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이 시작될 당시 직장, 지역가입자가 각각 다른 조합으로 관리되면서, 직장은 보수라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부과하면 되었으나, 지역은 소득파악률이 너무 낮아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 재산상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25년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런 이원화된 부과방식을 국민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직장에서 퇴직하면 당연히 그만큼 소득이 없어지는데도 지역가입자로 적용되어 보험료가 오히려 오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자녀는 보험료 부담이 없지만 퇴직하면 자녀도 지역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직장가입자들 사이에도 차별은 존재한다. 월 보수액만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다 보니 월 보수액만 같다면 월급 이외 고액의 사업소득, 또는 금융소득이 있다 하더라도 건강보험료는 똑같이 부담한다. 이런 이유로 고액의 자산가, 고소득자들이 위장 취업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덜 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보험료 관련 민원이 연간 무려 1억2천200만 건이나 된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공단은 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인에게 “법과 규정이 그래서 그렇다”고 답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 1월, 공단 내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축적해온 연구 성과와 경험 그리고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새로운 ‘소득중심의 보험료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요약하면 첫째, 직장과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부과체계를 소득기준으로 단일화하고 둘째, 재산보험료 부담을 폐지하되 보수뿐 아니라 소득 전체(사업, 이자, 배당소득 등)로 부과대상을 확대하며 셋째, 소비세 개념을 도입해 소득이 없는 국민은 소비활동을 통해 보험료를 부담토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새로운 부과체계를 모의 실험한 결과, 고소득자로 분류되는 상위 7.3%를 제외한 전체 92.7% 세대의 보험료가 인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부담률을 기존보다 낮추어도(5.8→5.5%) 현행 수준의 보험재정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수준을 고려한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임이 뒷받침되고 있다.
공단에서는 또한 한국재정학회, 조세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과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새로운 보험료 부과체계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이 결과와 공단 자체의 연구 결과를 결합하면 합리적인 대안이 조만간 나올 것 같다.
그러나 합리적인 대안이 나왔다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의지와 국회의 관련법 개정은 기본이며, 국민의 공감이 있어야 실현 가능한 일이다.
우리 국민의 건강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건강보험이지만, 재정의 기반인 보험료의 형평성, 공정성의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다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하기 힘들다.
조속히 국민이 공감하는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담 체계가 실현 되길 기대해 본다.
김 경 삼 건강보험공단 의정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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