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반응도 성향에 따라 제각각 엇갈린다. 어떤 후배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 이민을 가겠다. 제2의 유신시대가 도래했다고 실망하며 소줏잔을 기울인다.
한 선배는 박근혜 후보의 신뢰의 정치가 만들어 낸 당연한 결과라며 고무된 표정을 짓는다. 저마다 기대도 크고 실망도 큰 선거여서 세대 계층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만 하다.
18대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가 사회 통합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대선 이후 여러 사람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언론사 문화부에 몸담은 기자로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박 당선인의 문화예술 분야 공약은 어떤 것이 있을까?
외교, 안보, 복지, 부동산 분야 당선자 공약은 비교적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 당선인의 문화예술 분야 공약은 문화계 인사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기 일쑤다.
고민끝에 겨우 문화분야 공약을 생각해 낸 한 문화계 인사는 문화 예산을 앞으로 5년 내 전체 예산의 2%까지 증액하겠다는 내용이 박 당선인의 공약이라고 말했다. 예산 2% 증액이 얼마만큼인지 알 수 없다. 와 닿지 않는다.
문화예술 예산 2% 증액을 놓고 문화계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배려라는 사람도 있고 약속을 했으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인사들도 있지만, 이상하다.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다.
어떤 분야에 얼마를 늘릴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박 당선인의 미소처럼 알 수 없는 장밋빛 청사진과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이다.
박 당선인의 문화예술 분야 공약은 이렇게 빈약하다.
문화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이란다. 추상적이다.
사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문화라는 단어를 붙이면 그럴듯한 의미가 완성된다. ‘정치 문화를 바꾸자!’, ‘유통 문화를 개선하자!’ 등등. 이처럼 각 분야에 녹아있는 것이 문화라는 개념이다.
어쩌면 이같은 보편적인 특성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 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박 당선인이 반드시 챙겨야 할 분야가 문화 예술계다. 문화에는 화합과 통합의 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동서고금’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화 예술만한 훌륭한 화합, 통합의 코드는 더 이상 없다. 누구나 희로애락을 느끼기 때문에 문화 예술은 만국의 공통적인 언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음악과 공연을 관람하면 이념이 각각 다른 사람들도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공감대를 느낀다. 여기에 박 대통령 당선인이 문화예술을 반드시 육성 발전시켜야 할 이유가 보인다. 치열한 선거를 치르며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아우르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 문화계의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초임 문화부장이 돼서 만난 몇몇 문화예술 행정가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한다.
의회에서 그나마 배정된 쥐꼬리 만한 문화정책 예산이 삭감된 얘기부터 시시콜콜한 지역 문화 환경이 열악하다는 설명까지 다양하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을 때 삭감 1순위가 문화 분야 예산이고, 의회에서 여러가지 구설수를 타는 사업도 문화 관련 일이다. 이 처럼 문화예술은 현재 홀대받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열정에 박 대통령 당선인의 세심하고 구체적인 지원과 관심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이 선 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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