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오복어(五福魚)

요맘때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옆에서 듣고 있다가 “복은 어디있어? 어떻게 생겼는데?”라고 물은 기억이 난다. 만나는 사람마다 복 받으라고 하는데 실상 복의 모습은 볼 수가 없어 궁금했는가 보다.

복 받는 것이 일생을 살면서 중요한 소망이지만 복이 무얼 의미하는지 굳이 알 필요가 없을 만큼 복은 일상생활 자체였다. 자식이 잘되어도 자식 복이 있어서고 좋은 남편을 만나도 남편 복이 있어서고 심지어 행복하게 죽는 것도 복이 있어서라고 말할 정도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복은 삶과 밀착되어 동행하였다.

그러나 복은 받으라고 해서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늘에 속한 것이므로 복은 기원의 대상이었다. 복이란 한자도 원래 시(示)와 복의 회의 문자라고 한다. 시는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서 나타낸다는 신(神)의 상형문자이고 복은 복부가 불러 오른 단지의 상형문자라 한다. 요즘말로 하면 은총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부터 행복한 인생은 다섯 가지 복이 두루 갖춰진 삶이라고 한다.

다섯 가지 복, 오복(五福)은 서경에 나오는 말로 첫째가 수(壽)로 장수하는 삶을 말한다. 둘째가 부(富)로 부유하고 풍족하게 살기를 바라는 소망을 나타낸 것이며, 셋째가 강녕(康寧)으로 일생동안 건강하게 살고자하기 때문이다. 넷째가 유호덕(攸好德)으로 덕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오래 살고 풍족하고 건강하면 그 다음에 이웃이나 다른 사람을 위하여 보람 있게 사는 삶을 말한다.

다섯째의 고종명(考終命)은 깨끗한 죽음을 말하며 객지가 아닌 자기 집에서 편안히 일생을 마치기를 바라는 소망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오복은 권세가들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며 민간에서 의미한 오복은 약간씩 달랐다. 세 번째까지는 같으나 네 번째의 유호덕에는 귀(貴)가, 다섯 번째 고종명에는 자손중다(子孫衆多)가 대신해서 오복으로 꼽힌다. 계층에 따라 원하는 복의 형태가 다름을 보여준 것이다.

복에 대한 기원의 형태가 생활 곳곳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그룻이나 수저, 의복, 가구 등 일상용품에 복이라는 글자가 유독 많이 디자인 되어있는 것을 보면 복을 바라는 마음을 일상적인 것이었다. 글자를 대신해 문양으로 복의 역할을 하는 동물이 있는데 박쥐가 그것이다.

금으로 된 아기 돌반지에 박쥐문양을 새겨 넣기도 하였고, 또 여성들은 매듭과 매듭사이에 박쥐문양을 꿴 편복삼작이라는 노리개를 액세서리로 착용했다. 박쥐가 복을 대표하는 문양이 된 데에는 박쥐를 일컫는 한자어가 편복(輻)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은 이미지보다 언짢은 이미지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박쥐의 또 다른 상징은 복인 것이다.

새해를 앞두고 귀한 연하장을 받았다. 16절지 두 장을 포개 놓은 정도의 큼지막한 크기의 뽀얀 한지에 손수 그림을 그려 넣은 연하장이었다. 내가 뽑은 올해의 귀한 인연 중 하나가 (자칭)그림쟁이 신양호 선생님을 만난 것인데, 연말에 손수 만든 멋진 연하장까지 받게 되니 여간 기쁜 게 아니다. 받은 연하장의 그림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섯 개의 복이 복어의 몸에 이리저리 새겨있고 그 옆에 오복어(五福魚)라고 이름이 적혀있었다. 박쥐를 의미하는 편복이 복자를 가지고 있어 복을 의미하는 상징이 되었다면, 복어라고 불리는 물고기가 복을 상징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복자 다섯 개가 새겨 있으니 오복어인 셈이다. 멋지지 않은가. 자! 새해는 오복어가 힘차게 팽창하기를 기대하자!

민 병 은 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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